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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당 신호탄이냐" 민주당 충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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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은 격앙됐다. 이들의 탈당이 워낙 전격적으로 이뤄진 탓도 있지만 전용학(田溶鶴)의원은 대변인을 지내는 등 당의 '얼굴'이었던 만큼 충격이 더 컸다.

대변인 논평과 오후 긴급 소집된 의원총회에선 이들을 성토하는 발언이 줄을 이었다. 이낙연(李洛淵)대변인은 "정당을 내세워 유권자의 표를 얻어 국회의원에 당선된 사람이 임기 중에 당적을 바꾸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배신이며 정당질서의 유린"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2000년 16대 총선 전 자민련 공천 신청→민주당 입당→대변인→이인제 후보 진영 대변인→노무현 후보 언론특보→이한동 전 총리 대선 출정식 참석' 등 田의원의 정치궤적을 일일이 열거하면서 "국민은 배신의 정치인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격했다.

그러면서도 공격의 과녁은 이회창(李會昌)후보 쪽에 맞췄다. 李대변인은 "李후보가 권력욕에 빠져 절제를 잃고 정당질서 파괴에 나섰다"면서 "신의없는 기회주의적 정치인들을 훔친다고 민심까지 훔칠 수는 없다"고 비난했다.

노무현(盧武鉉)후보는 논평을 요구받고 "'가타부타 할 말이 없다'고 짤막하게 말했지만 불쾌한 표정이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주변에선 "가치를 떠나 자신의 당선을 위해 이합집산하는 것 아니냐"(千正培의원)는 비난이 나왔다.

정치권의 관심은 이런 흐름이 탈당 도미노로 번질 것인가에 쏠렸다.

민주당 반노·비노진영 내부에선 "지지부진한 상태로 있느니 각자 정치적 결단에 따라 움직이자"는 탈당론이 확산돼왔기 때문이다.

"탈당을 저울질하며 사태를 관망해온 상당수 의원들이 독자 혹은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거나 "중대결심하겠다는 의원들이 10여명선"이란 얘기가 파다하다. '25일 거사설'이 나돌고, 탈당 대상자로 거론된 경기지역의 P의원, 대전·충청지역의 P·S의원 등이 한나라당 측에서 영입교섭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선영(부천 오정)의원 측은 "20일 이전에 탈당할 것"이라고 밝혀 탈당 러시가 예상된다.

강성구(姜成求)·남궁석(南宮晳)·박병윤(朴炳潤)의원 등 경기·충청권 의원들도 정몽준 신당이 창당되는 이달 말 이전에 탈당, 교섭단체를 만든 뒤 후보단일화를 추진하자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후보단일화냐, 개별 탈당이냐는 이번 주말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정민 기자 jm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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