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특허법률사무소의 변리사들]지적재산권 지킴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62면

정보통신·반도체 등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국내 기업들의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외국기업들과의 특허권 분쟁이 잦아지고 있다. 그래서 특허 출원을 통해 국내외의 지적재산권을 지켜가는 변리사들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각광받고 있다. 새내기 변리사들을 잘 훈련시켜 업계에서 '변리사 사관학교'로 불리는 이영필 합동특허법률사무소의 이영필(54)대표·김용식(46)부소장을 만났다. 이 합동특허법률사무소는 1985년 문을 연 이래 현재 변리사 50여명을 포함해 2백여명의 전문인력이 국내외의 특허 및 지적재산권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이=주된 업무는 고객의 발명이나 혹은 아이디어를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특허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출원 업무를 대리하는 것이다. 또 물품의 디자인과 브랜드(상표)에 대한 독점권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의장 등록 및 상표 등록 업무도 대리한다.

▶김=지적재산권에 대한 침해사건 등의 분쟁과 관련해 특허청 심판원, 특허법원 및 대법원에서 심판 및 소송을 대리한다. 또 지적재산권의 권리 및 가치에 대한 감정업무 및 경영전략적 차원에서 지적재산권 관리에 대한 컨설팅 등을 하기도 한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김=10여년 전 변리사로 일하던 초기에 변리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여 변리사를 병아리 감별사와 혼동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변리사라고 소개했더니 나중에 나를 변이사라고 불러 졸지에 성을 바꾸어 이사 감투를 쓴 웃지 못할 일이 있었다.

▶이=신참 변리사 시절 상담하러 온 고객으로부터 개량 온실에 대한 특허 기술에 관해 상담을 받았다. 그리 어려운 기술이 아니었는데 설명을 들을 때는 제대로 이해도 하지 못하면서 기술 상담을 마쳤다. 그러나 막상 서류를 작성하려니 막히는 부분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다. 다시 불러 물어보려니 체면이 서지 않을 것 같아 궁리 끝에 실물을 한번 보고 싶다고 했다. 결국 지방까지 출장을 가 다시 설명을 듣고 기술을 완벽하게 이해하게 돼 무사히 출원했던 기억이 있다.

-기억에 남는 수임건은.

▶이=유망한 중소기업 사장이 직접 발명한 '발광휠'에 관한 기술을 두 차례 퇴짜를 맞은 후 특허출원한 경험이 기억에 남는다. '발광휠'은 인라인 스케이트와 아이들의 킥보드 등의 바퀴에 붙여 바퀴가 구르면 자가 발전하여 빛을 내는 것으로 세계 최초로 개발된 기술이다. 개발하면서 특허 출원을 했는데 특허가 등록되기 전에 제품을 출시했기 때문에 수많은 모방품들이 나왔고 현재까지도 특허권 분쟁이 진행되고 있다.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발명자와 같은 열정으로 업무를 진행해 결국 특허 등록을 이루어냈다.

▶김=이태원에서 항공 점퍼를 제조하던 고객이 등록했던 상표가 미국 공군의 휘장과 유사하다고 미국의 유명 군복 업체가 상표권 침해를 주장했던 사건이 있었다.미국 업체를 돕기 위해 미국 대사관까지 끼어들어 졸지에 이 사건은 이태원의 소규모 업체와 미 정부의 다툼으로 비화했다. 당시 1,2심에서 모두 미업체가 승소하자 분쟁이 확대되는 것을 꺼리던 의뢰인이 포기하려던 것을 설득해 대법원까지 가는 접전 끝에 결국 승소했던 사건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보람을 느낄 때는.

▶김=탄탄한 중소기업이 외국으로부터 기술 도입을 위한 라이선스 계약의 막바지 단계에서 조언을 얻기 위해 찾아왔다. 로열티(기술도입료)만 1천만달러(약 1백20억원)에 이르는 큰 계약이었다. 그러나 계약서를 검토한 결과 합의한 내용이 문제가 많아 이를 지적해 합의 내용을 원점으로 돌리고 다시 재협상에 들어갔다. 결국 고객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재계약하게돼 로열티도 많이 줄어들게 됐고 상대방 외국업체도 흔쾌히 받아들여 큰 보람을 느꼈다.

-보수는 얼마나 되나.

▶이=변리사 시험 합격 후 1년간의 수습기간이 끝나고 등록변리사가 되면 실 수령액 기준 초봉이 약 4천만∼6천만원 정도다. 초봉의 차이는 변리사를 하기 이전의 실무경력과 업무수행 능력의 차이다. 등록변리사로서 10년 이상 근무하면 초봉의 두배 이상 받는 사람도 있는데 그 수는 그리 많지 않다. 개업변리사의 경우는 그 소득의 격차가 더욱 심하다.

-변리사 업계의 현안은.

▶이=현재 변리사회는 회원들이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고 있다. 3년 전 규제개혁의 일환으로 변리사들의 변리사회 가입을 강제가입제에서 자유가입제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변리사회의 공익적인 역할 수행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변리사의 끊임없는 자질 향상과 제도 발전을 위해서는 변호사회처럼 강제가입제로 환원해야 할 것이다.

▶김=지재권 관련 전문 법원인 특허법원이 따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허 침해사건 항소심은 변리사가 소송을 대리할 수 없는 일반 법원에서 다루고 있다. 또 특허권 행사로 인한 분쟁에는 기술과 특허를 잘 알지 못하는 변호사를 통해서만 분쟁 해결을 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소송당사자와 법원의 불편이 매우 크다. 기술과 특허의 전문가인 변리사도 의뢰인이 원할 경우에는 소송대리인으로서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필요없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유권하 기자 khyo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