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스터디'열풍 취직시험 함께 공부·정보 교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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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대기업에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吳모(여·E여대4)씨는 지난 7월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게시판에 글을 올려 스터디 그룹을 모집했다. '토익 9백점대, 서류시험은 무난하게 통과할 분'이란 자격 요건까지 명시했다. 吳씨는 10여명의 지원자들 중 개별면담을 통해 5명을 뽑은 뒤 지난달부터 함께 취업준비를 해오고 있다.

吳씨는 "예전 선배들은 주로 친한 친구들을 모아 취업 준비를 했지만 비슷한 수준의,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끼리 취업을 준비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며 "인터넷에서 스터디 그룹을 모집하는 친구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위협 등으로 증시가 연일 폭락하는 등 경기가 냉각되면서 올 대학가 취업시장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대부분 기업들이 채용 인원을 줄이고 있으며, 인터컨티넨탈호텔·남양알로에·삼성생명·산업은행·한국도로공사·삼성캐피탈·신세계푸드시스템·전자랜드 등은 이미 공채 계획을 백지화했다. 이처럼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지면서 학생들의 대응도 점점 조직화·전문화하고 있다.

요즘엔 과거처럼 아는 사람끼리 모여 취업 준비를 하는 차원을 넘어 인터넷 공모 등을 통해 자격·특기까지 고려한 전략적 스터디 그룹 결성이 유행이다. 이들은 사이버 상에서 취업 정보를 교환하면서 '바늘구멍'만큼 좁아진 취업 문을 뚫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외국인 회사 취업을 목표로 온라인 스터디 그룹을 운영하고 있는 高모(Y대4)씨는 지난주 인터넷 공개모집을 통해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새 회원을 보충했다.

올 7월 결성된 이 모임은 기존 회원들도 이미 해외연수 경험 등의 자격을 갖추고 있지만 외국인 회사 입사의 필수요건인 자기소개서 작성, 영어 인터뷰 통과를 위해 새 회원을 보강한 것이다.

언론사 시험을 준비 중인 한 모임은 기존 회원들의 전공이 신문방송학·사회학에 국한돼 있자 '경제·경영 전공자'를 뽑기 위해 최근 한 인터넷 게시판에 충원광고를 냈다.

현재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대학생들이 만든 스터디 그룹만 5백여개에 달한다.

이렇게 구성된 온라인 스터디 그룹들은 함께 모여 영어·상식 등을 공부할 뿐 아니라 인터넷 상에서 기출문제·합격자 수기 등의 정보를 수시로 교환한다. 인터넷에서 회원을 모집할 때는 특정한 자격이나 전공을 명시할 만큼 요건이 구체적인 게 특징이다.

연세대 경영학과 송재용 교수는 "요즘 학생들이 계속되는 취업난을 맞아 인터넷을 통해 스터디 그룹을 만들고 정보를 교류하면서 취업의 가능성을 최대화하는 전략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취업 한파=한양대 취업안내 담당자는 "지난해 같으면 10월 이맘때쯤 1백여건 정도 열렸을 기업별 취업 설명회가 이달 들어 20여건에 불과하다"면서 "취업철이 아닌 지난 9월 한달간 50건 정도의 설명회가 열린 점을 감안하면 이달 들어 갑작스럽게 취업 한파가 불어닥쳤다"고 말했다.

취업정보업체인 리크루트가 2백52개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달 조사한 하반기 채용예정 인원은 1만3천여명이었으나 이번달 조사에선 4.7%나 줄었다. 공채 실시 기업도 한달 전 1백13개에서 83개로 크게 감소했다.

윤창희·윤혜신 기자

thepl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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