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국제대회 출전 꿈 꺾지 마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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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성남제2종합운동장 아이스링크장. 주말마다 15명으로 구성된 국내 유일의 장애인 아이스슬레지 하키팀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이들을 지켜보는 코치 김승국(37)씨의 마음은 편치않다. 지난 5월부터 이곳의 임시창고를 빌려 썰매·스틱 등 장비를 보관하고 있었지만 운동장을 관리하는 시설관리공단에서 대여 스케이트 보관소로 사용하겠다며 비워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국제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질까 걱정입니다."

소아마비로 몸이 불편한 金씨는 연습이 끝난 후 장비를 옮길 때마다 고개를 떨군다.

金씨는 "장비 보관창고가 없어지면 하반신을 움직일 수 없는 선수들이 연습 때마다 50㎏이나 되는 장비들을 직접 옮겨야 한다"며 "이는 연습을 하지 말고 팀을 해체하라는 말과 다름없다"고 한숨지었다.

아이스슬레지 하키는 스케이트 대신 썰매를 타는 것 말고는 경기 방식이 아이스하키와 똑같다. 국내에서는 2000년 12월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팀 창단을 이끌었던 이성근 감독이 창단 2개월 만에 지병으로 숨지고 장비 구입과 훈련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등 시련도 많았지만 뜻있는 운동장 직원들의 도움으로 1층 창고를 무료로 얻어 훈련을 계속해왔다.

특히 선수들은 내년 3월 열리는 국제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다는 자부심으로 일주일에 두 번 있는 훈련을 한 번도 거르지 않을 정도로 열성을 보이고 있다.

비장애인으로 팀을 지도하고 있는 이영국 감독은 "어려운 여건을 이기고 운동을 계속하려는 선수들을 위한 조그만 공간 확보가 최대 소원"이라고 말했다.

선수들도 성남시시설관리공단에 협조공문을 보내고 성남시 홈페이지 등에 연일 글을 올리며 장비보관 공간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손해용 기자

hysoh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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