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후단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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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 내 반노(反盧)·비노(非盧)세력이 결집한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가 흔들리고 있다. 정몽준(鄭夢準)의원과의 신당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김영배(金令培)회장의 잇따른 문제 발언이 터진 데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결속에 금이 가고 있기 때문이다.

9일엔 장태완(張泰玩)·남궁석(南宮晳)의원이 후단협 탈퇴 의사를 밝혔으며, 10일에도 "金회장이 '국민 경선은 사기극 운운'한 것은 잘못"이라는 김효석(金孝錫)의원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일부 의원은 "金회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후단협을 탈퇴하겠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후단협 수뇌부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계속 나온다. 기획위원장인 장성원(張誠源)의원은 "협상의 주역으로 나서겠다는 金회장의 입장은 개인적인 열망"이라며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된 교섭창구가 후단협의 권한을 위임받아 협상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 창당을 주도하려는 金회장의 입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총무위원장인 설송웅 의원도 "金회장의 발언으로 후단협 이미지가 너무 나빠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분란은 金회장과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총재의 신당 창당 합의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됐다. 후단협 지도부의 한 의원은 "회장단도 모르는 상태에서 JP와 덜컥 창당을 얘기해 어이가 없었다"며 "JP와 손잡는 순간 구정치세력으로 몰려 신당이 되려야 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구당서명파'와 '탈당·신당파'간 불신이 여전한 데다 의원들이 정몽준·이한동·박근혜 의원 지지파로 나뉘어 있는 점도 접착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한 핵심 의원은 "30여명이 활동하고 있지만 실제 탈당을 결심할 수 있는 사람은 20명이 안된다"며 "鄭의원측에서 시간을 끌고 노무현 후보 쪽의 압박도 강화되고 있어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盧후보측은 이미 "나갈 의원은 많지 않다"는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김경재(金景梓)의원도 "내전이 일주일 안에 끝날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시했다.

후단협 지도부는 내분 확대를 막기 위해 9일 밤 金회장을 만나 신중한 언행을 주문했다. 金회장은 이 자리에서 "'까발리겠다'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지나쳤다"며 "앞으로 외부와 접촉할 때는 반드시 회장단의 논의를 거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현철 기자

tigera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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