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不況 탈출 "날자, 날자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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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9면

9·11 테러 이후 전 세계 항공업계는 극심한 불황에 시달렸다. 승객 감소로 많은 항공사는 문을 닫거나 인수·합병을 했으며, 살아 남기 위해 직원을 내보내는 등 구조조정을 했다. 올 하반기에 들면서 승객들도 늘어나고 일부 항공사는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테러 충격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에어프랑스 등 일부 항공사의 경우 올 연말에는 9·11 테러 이전의 실적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의 임원들이 9일 서울 하얏트호텔에 모여 안전·운항·정비·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국제 기준(글로벌 스탠더드)을 만들고 협력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다. 델타항공의 폴 맷슨 부사장, 에어프랑스 도미니크 패트리 부사장, 알리탈리아의 조르지오 칼레가리 부사장, 대한항공 이종희 부사장을 통해 세계 항공업계 동향 등을 알아봤다.

-항공업계 본격 회복 시기는.

▷패트리=9·11 테러 직후 불황에는 세계 어느 항공사도 예외가 없었다. 올들어 점차 회복하고 있다. 에어프랑스는 최근 3개월(4∼6월)의 순이익 규모가 지난해 연간 실적보다 나은 1억5천9백만유로(1천9백56억원 가량)라고 발표했다.

▷맷슨=미국 항공업계에서는 델타항공이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US에어웨이스 등 일부 항공사가 최근 파산 보호를 신청하는 등 아직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 세계 항공 업계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규모나 전세계 경제 침체, 그리고 유가 불안 등을 감안할 때 완전 회복 시기를 지금 예측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

▷이종희=아시아 지역 항공사의 경우 테러의 충격에서 비교적 빨리 벗어났다. 다른 돌발 변수가 없다고 가정할 때 올해 말에는 테러 이전 수준을 능가하는 실적 달성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들어 8월까지 여객 영업 실적은 한·일노선을 제외한 전 노선의 성장에 힘입어 목표액을 초과 달성했다. 연말까지 세계 경제 불안, 이라크전 발발 가능성 등으로 다소간의 수요 위축이 예상되지만 올해 목표는 무난히 달성하리라 생각된다.

-스카이팀이 미국 정부로부터 반독점면제 조치를 받았는데.

▷맷슨=반독점 면제 승인으로 항공사들은 운항 스케줄, 고객 서비스, 노선 계획, 항공 요금 등의 광범한 협의와 조정이 가능해졌다. 고객 입장에서는 항공 스케줄을 쉽게 조정할 수 있고 더욱 싼 요금으로 여행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미 교통부의 조사에 따르면 오픈 스카이(자유롭게 항공 편수 조정)와 반 독점 면제 승인이 이루어진 국가에서 지난 3년 동안 6% 이상의 요금이 떨어졌다.

▷이종희=예를 들어 델타 항공의 미국 내 서비스와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한 대한항공의 서비스 네트워크를 결합해 아시아와 미주를 연결하는 거대한 노선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또 각 항공사의 노선과 판매망 조정 및 통합으로 인해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하게 되고, 줄인 비용은 항공 요금에 반영돼 고객에게 돌아간다.

-스카이팀이 준비 중인 '글로벌 스탠다드'의 윤곽은

▷패트리=스카이팀이 취항하는 모든 공항에 표준화된 스카이팀 안내 표지를 설치해 고객들이 쉽고 빠르게 스카이팀 항공사를 찾아갈 수 있도록 했다. 또 예약 변경, 편의 시설 및 서비스 제공, 분실 항공권 처리 절차 등도 통일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맷슨=안전 운항이나 정비 등 여러 측면에서 각 회원사 중 가장 뛰어난 수준에 있는 항공사의 수준에 모두 맞춰 다른 회원사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칼레가리=그러나 이같은 표준화가 모든 규정과 절차를 똑같이 만든다는 뜻은 아니다. 항공 동맹은 합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각자의 특성은 그대로 유지한 채 필요한 부문에서 통일을 이루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바다.

-동맹체의 시너지 효과는.

▷칼레가리=이전부터 알리탈리아는 전세계에 걸친 노선망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최소의 비용으로 기존 노선망을 최적화시키는 것이다. 알리탈리아에 스카이팀은 비용을 줄이면서 추가 수입 및 매출을 늘리는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해주고 있다

▷맷슨=각 회원 항공사가 가지고 있는 노선망을 마치 자사의 노선망처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신규 취항 등 별도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실질적인 노선망 확장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또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절감이 가능해진다. 올 2분기의 경우 델타 항공이 항공 제휴로 인해 얻은 매출은 전년 대비 13% 정도 증가했고, 이는 델타 전체 국제선 매출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델타가 항공 제휴로부터 얻을 매출은 5억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리=김동섭 기자

donkim@joongang.co.kr

◇스카이팀은=2000년 6월 출범했다. 창설 회원은 대한항공·델타항공·에어프랑스·아에로멕시코 등 4개사였고 지난해 체코항공과 알리탈리아가 가입해 현재는 6개사. 1백14개 국가에 5백12개 도시를 운항하며, 연간 수송 승객은 2억2천8백만명이다. 다른 항공동맹체로는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가입한 '스타어라이언스'(유나이티드 에어라인 등 16개 항공사)와 어메리칸 에어라인, 브리티시 에어 등 8개사로 구성된 '원월드' 등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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