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아카데미로 가는가… '국가대표 영화'경쟁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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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내년 초 열릴 제75회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한국 영화가 오를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 영예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최근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이충직·이하 영진위)가 후보작 지명을 위한 선정작업에 들어가면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추천 마감은 다음달 1일.

아카데미 영화제는 해마다 주요 부문별로 제작사들에서 출품받는 '예비 선거'를 거쳐 최종적으로 다섯 편의 후보작을 정한다.

후보 지명이 곧 '영광'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이러한 이중의 절차 때문이다. 외국어 영화상의 경우 아카데미 영화제에 위임 받은 각국의 영화 기관(한국의 경우 영진위)에서 단 한편만을 출품할 수 있다.

원래 미국에서 개봉해야 출품 자격이 주어졌지만 2000년부터 이 조항이 없어졌다.

국제 영화제 수상 등으로 한국 영화의 위상이 부쩍 높아진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아카데미로 가는 길'을 둘러싼 물밑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경합을 벌일 것으로 점쳐지는 작품은 '취화선''집으로…''오아시스'등 세 편. 이들 모두 '명분'과 '작품성'에서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영진위의 선택이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과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이스트 필름)는 각각 칸과 베니스라는 유수의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거머쥐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취화선'의 제작사인 태흥영화사는 지난달 말 개막한 뉴욕영화제에 초청받은 것과 발맞춰 뉴욕 타임스에 호평이 실리는 등 '전초전'의 반응이 좋아 더욱 고무된 분위기다. '취화선'은 올해 안으로 미국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올 상반기 최다 관객을 동원한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튜브 픽쳐스)는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인 패러마운트 클래식과 계약해 다음달 미국 대도시에서 개봉하는 점이 최대 무기다.

지난 주말 대만에서 개봉돼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한 '집으로…'는 앞으로 스페인·일본·태국 등 해외 시장에서 바람몰이를 계속하겠다는 전략이다.

지금까지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를 위해 출품됐던 한국 영화는 모두 세 편. 신상옥 감독의 '마유미'(1991년), 정지영 감독의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95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2000년)이다. 후보에는 한 편도 오르지 못했다.

기선민 기자

murph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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