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조차 잘못된 표현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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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신문과 방송, 문학작품도 그렇지만 교과서에 쓰인 잘못된 표현은 그 문제가 심각합니다."

30년간 잡지 취재·편집을 해온 권오운(60·사진)씨는 조정래·김주영·황석영 등 유명 작가의 작품, 신문 기사, 방송 진행자의 말, 국정 교과서의 표현 등에서 잘못 쓰이고 있는 우리말을 꼬집어낸 『우리말 지르잡기』(문학수첩)를 최근 펴냈다.

'지르잡기'는 '옷 따위에서 더러운 것이 묻은 부분만을 걷어쥐고 빨다'라는 뜻이다.

일간지 신춘문예에 당선돼 문단에 데뷔하고 『학원』의 편집기자로 시작해 『KBS 여성백과』의 편집장을 지낸 그는 재직 중에도 남의 원고를 만지다가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으면, 여러 문헌을 뒤져 바른 표현을 찾아냈다. 그런 직업 의식이 발동해 우리 주위에서 잘못 쓰이고 있는 표현을 허투로 지나칠 수 없었다고 한다. 은퇴 후 바른 우리말, 우리글을 쓰고 알리는 데 시간을 쏟고 있다.

그가 말하는 교과서 오류 중 한가지는 한자용어를 고집하는 것이다. 교과서 집필자들은 '수돗물을 쓰고 나서는'이라고 하면 될 것을 '수도를 사용한 후에는'이라고 쓴다. '어떤 사실로 말미암다'란 뜻을 지닌 '인(因)하다'도 '때문에'로 고치면 매끄러워진다. '7차 교육과정'에 따라 개편된 초등학교 교과서가 그 모양이니 서둘러 또 다시 개편해야 하리라는 게 권씨의 주장이다.

권씨는 "청소년에게 방송의 위력은 대단한 데 방송에서 쓰이는 말도 많이 어그러져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진행자들이 프로그램 말미에 자주 붙이는 "건강하십시오""유익한 하루 되십시오" 등은 잘못됐다. 형용사인 '건강하다'를 명령형으로 쓸 수 없고, "유익한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써야 한다는 것이다.

홍수현 기자

shin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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