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 우리말 사용 20년간 바로잡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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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20여년 동안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깁고 더한 우리말의 바른 표기'와 '우리말로 북한말 찾기'라는 자료집을 펴낸 경남 마산시 산호초등학교 안영준(安永俊·53·사진)교감선생님의 한글사랑은 남다르다.

'깁고 더한 …'(A4 1백25쪽)자료집에는 틀리기 쉬운 단어 3천4백95개의 올바른 표기법이 실려있다.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찾아낸 틀린 표기와 바른 표기가 나란히 실려 있고 어원에 대한 설명까지 곁들여져 있다.

잘못 쓰기 쉬운말, 어려운 뜻 구별, 외래어 표기 등 6개장으로 구분돼 있어 찾아 보기도 쉽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틀린 단어 14개도 포함돼 있다. 초등학교 5학년 1학기 사회탐구 교과서에 '창난젓'을 '창란젓'으로 잘못 표기한 것 등이 제대로 잡혀 있다. 교육청 관계자로부터 "쓸데없는 일을 한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우리말로 북한말 찾기'(A4 58쪽)에서는 분단 후 달라진 남북한 언어 3천3백90개가 수록돼 있다.'송이버섯'을 '솔버섯', '뒤주'를 '쌀궤' 로 부르는 등 북한이 우리보다 한글을 잘 다듬어 사용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이같은 작업을 하느라 지난 20년 동안 저녁모임과 술자리는 거의 참석하지 못했다. 주말도 가족들과 보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바른말 배우기'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경남대가 주관하는 국어순화경시대회에서 3년 동안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요즘도 하루 10여개씩의 단어를 자료집에 보완한다. 책으로 펴내라는 권유도 적지 않지만 마산교육청 홈페이지(masanedu.or.kr)와 경남에듀넷(gnedu.net)에만 공개해 모든 사람들이 무료로 쓰도록 하고 있다.

安교감은 "매년 경남도 내에서 마산 지역으로 전학오는 2백여명의 학생들이 기존의 학생들과 한동안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못하는 것을 보면서 이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남해에서 전학온 학생이 "…헐쭐아나(하자)"라고 말한 것을 "혼쭐 내겠다"로 잘못 알아들은 학생들이 마구 두들겨 패는 일까지 벌어졌다는 것이다.

마산=김상진 기자

aed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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