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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아시안게임>정구: 비인기 정구'금빛 찬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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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한국의 94년 정구 역사에 길이 남을 '정구 기념일'이었다. 7일 사직 테니스코트에서 벌어진 정구 개인전 결승에서 한국은 금메달 5개를 모두 따내 정구에 걸린 7개 금메달을 싹쓸이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정구가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전종목 석권은 이번이 처음이다. 7개 종목에서 얻어낸 금7, 은3, 동메달 1개는 비인기 종목의 설움과 무관심을 딛고 일궈낸 값진 결실이었다.

남녀 단체전에서 동반 금메달을 따냈던 한국은 이날 남녀 단식과 남자 복식에서 '우리끼리' 결승에서 만나 금·은메달을 나눠가졌다. 남녀 복식과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딴 유영동(순천시청)과 김서운(수원시청)은 나란히 한국선수단 첫 3관왕에 올랐고, 김경한·이원학(이상 달성군청)·박영희(대구은행)·장미화(안성시청)는 2관왕이 됐다.

정구 쾌거의 뒷바라지는 남녀 대표팀의 주인식(40·문경시청)·조경수(33·대구은행)감독이 했다. 두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뒤 코치·주무·트레이너 역할에다 운전기사 노릇까지 하며 팀을 이끌었다. 여자 선수들의 바이오리듬을 체크하며 컨디션을 조절해 주는 것도 전담 트레이너가 아니라 조경수 감독이 직접 그래프를 그려가며 했다.

정구대표팀의 총 인원은 12명. 남녀 선수 5명씩 10명과 두 감독이 전부다. 이들은 태릉선수촌에 클레이(맨땅)코트가 없어 지난 5월부터 문경·부산 등지의 클레이코트를 찾아 훈련을 했다.

그러나 체육회에서 지원받는 일당은 1인당 1만8천원이 전부. 여관에서 자고, 선수들이 직접 밥을 지어먹어도 부족한 액수였다. 정구협회에서 1천만원을 지원받았지만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두 감독의 진한 땀방울은 지난 3일 남녀 단체전 금메달을 시작으로 빛을 보기 시작했다.

한국선수단은 기술 및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에서 앞서 있는 일본을 꺾고 남녀 모두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했다. 정구의 종주국이자 영원한 라이벌인 일본의 벽을 완전히 넘어선 것이다. 남자팀의 황정환은 이번 대회 도중 누나를 잃는 슬픔을 딛고 단체전에서 맹활약했고, 남자복식에서도 은메달을 따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부산=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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