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난-환경오염 이중고 인천 검단일대]"10㎞ 가는데 무려 50분 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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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아파트만 계속 들어서니 출퇴근길은 그야말로 지옥입니다."

인천시 서구 검단지역의 도로망이 턱없이 부족해 주민들이 극심한 교통난을 겪고 있다. 또 곳곳에 산재한 공해 업체 등에선 폐수와 악취를 마구 내뿜고 있다.

때문에 일부 주민은 "1995년 경기도 김포군에서 인천광역시로 편입된 검단지역 주거환경이 하나도 나아진 게 없다"며 김포시로 재편입해주도록 요구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주부 독자 허정미(許貞美·36)씨와 함께 검단지역 일대 교통난과 환경오염 실태를 살펴봤다.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아파트단지=2000년부터 토지구획정리지구 7곳 등 모두 11개 지역에서 아파트 건축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원당·당하·검단·검암 등 4개 지구는 이미 택지조성을 끝내고 아파트 건립에 나서 분양한 아파트만 1만1천8백여가구에 이른다. 또 내년 초까지 모두 1만5천여가구가 추가 분양될 예정이다.

2005년 아파트 입주가 모두 끝나면 검단지역 인구는 현 6만여명의 세배가 넘는 20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하루 종일 정체=검단지역과 인천 시내를 연결하는 유일한 도로인 신서곶로(왕복 4∼6차선)는 하루종일 정체 현상을 빚고 있다. 출퇴근시간대 검단네거리∼가정오거리 10여㎞ 구간을 통과하는 데 무려 50분 이상 소요된다.

특히 지난 8월 신서곶로와 연결되는 강화초지대교가 개통한 이후 교통량이 부쩍 늘어 이 도로 거의 전구간이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이 때문에 내년 말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하면 검단지역은 최악의 교통난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독자 許씨는 "택시들이 교통체증 때문에 검단지역 운행을 기피하고 있다"며 "시·구가 향후 교통량을 예측하지 못하고 공동주택 신축 허가만 잔뜩 내준 결과"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 윤호영(尹浩榮·32)씨는 "검단지역을 잇는 남북도로는 신서곶로 하나뿐인데도 시·구가 간선도로 개설 사업을 계속 미루고 있어 당분간 교통난 해결책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없어지지 않는 공해업체=5백여 무허가 공장 등에서 폐수와 악취·매연 등을 마구 배출하면서 주민들의 생활 환경이 위협받고 있다. 특히 검단지역 하천은 무허가 영세업체에서 배출하는 중금속이나 휘발성 유기물질 등이 함유된 폐수와 악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코를 찌르는 하천 악취 때문에 인근 아파트단지 주민들은 창문을 열지 못하고 생활하고 있다. 주민 秋모(45·여)씨는 "흐린 날이면 아파트단지 옆 하천에서 계란 썩는 냄새가 난다"며 "1990년 이후 인천지역에서 악취 민원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지만 당국은 대책을 세워주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시·구 대책=검단지역 개발 계획에 맞춰 봉수대길·해안도로 등 주요 간선도로의 조기 개설을 추진 중이다.검단 일대 7개 구획정리지구에 2천2백94억원을 들여 2007년까지 12개 주요 간선도로를 개설할 계획이다. 또 송도∼검단∼강화를 연결하는 10차선 남북 고속화도로와 백석∼불로∼일산을 연결하는 8차로, 오류∼원당∼김포를 잇는 8차로도 연차적으로 건설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 도로는 대부분 개설 계획만 세워져 있을 뿐 몇년째 사업 우선순위에 밀려 예산 배정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경서동∼백석동 봉수대길과 경서동∼금곡동 중봉로, 인천과 부천을 연결하는 도로 등은 토지보상 문제 등으로 착공 시기조차 불투명하다.

시와 구는 또 환경오염과 관련해 "공해업체를 지속적으로 단속하면서 무허가 배출업소를 공단지역으로 이전시키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허정미 독자·정영진 기자

ch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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