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활 꿈 실현해 불우이웃 돕겠어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자활의 꿈도 이루고 홀로 사는 노인과 소년소녀 가장에게 말벗이 될 수도 있어 정말 기쁩니다."

남편과 사별하거나 이혼하면서 졸지에 생계를 잇기조차 힘들어진 가정주부들과 어려운 가정형편을 벗어날 방법이 없던 가장 두 명이 뭉쳐 사업가의 꿈을 다지고 있다.

광주시 북구 용봉동의 '두메골도시락' 대표 이난희(39)씨를 비롯한 열네 명은 기초 생활수급 대상자다.

하지만 이들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생활보조금에 기대 삶을 잇는 사람들이 아니다. 도시락 생산업체를 세워 어엿한 사업가로서 재탄생할 날을 꿈꾸며 자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李씨 등은 지난날의 갖은 상처를 보듬고 지난 4월 자활공동체를 만들었다.

정부가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를 기술 인력으로 키우기 위해 2000년 전국에 세운 자활후견기관의 도움으로 이들은 조리기능사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따내 새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 동신자활후견센터 관장이자 두메외식산업 대표인 김갑주(39)씨의 도움으로 주방과 설비를 갖췄다.

월 50만∼87만원인 정부 보조금으로 하루 하루를 힘겹게 살아온 이들은 구청측이 식사를 제공하는 홀로 사는 노인과 소년소녀 가장들을 위해 도시락 1백여개를 만들고 있다.

배달 차량을 운전하는 김방수(47)씨는 "소외된 사람들이 먹을 음식이므로 정성을 다해 만든다"며 "지금은 적은 양을 생산하지만 곧 완전한 자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오는 7일부터 북구 두암동의 새 공장(50여평)에서 하루 5백명분 도시락을 생산한다. 대표 李씨는 "야유회·체육회 등 대형 행사도 충분히 치를 수 있다"며 "처지가 어려운 이웃들이 뭉쳐 새 출발을 하는 만큼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광주=구두훈 기자

dhk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