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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일복지재단 천사병원 개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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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건강보험증도, 치료비도 필요없습니다."

경제적 능력은 없는데 건강보험 혜택까지 받지 못하는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무엇보다 기뻐할 곳이 생겼다. 노숙자·독거노인·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 등 '전국민 건강보험 시대'에 소외된 이웃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해 주는 병원이 문을 연 것이다.

다일복지재단은 4일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 위치한 '천사병원' 개원식을 갖고 진료를 시작했다. 지하 2층·지상 6층 건물에 병상 50개를 갖춘 이 병원에는 내과·외과·신경정신과·치과·한방의약과 등 5개과가 설치돼 있다.

치료비는 전액 무료. 주민등록이 없거나 말소돼 건강보험증이 없는 환자들이 우선 진료 대상자다. 의료보호 1,2종 보유자들까지 진료 대상을 넓혀갈 방침이다. 이 병원 건립이 추진되기 시작한 것은 1994년. 서울 청량리역 인근 윤락여성들이 "좋은 일에 써달라"며 다일복지재단을 운영하던 최일도 목사에게 내놓은 47만원이 종잣돈이 됐다.

재단측은 이 돈으로 1백만원 기부를 약정하는 후원인 1천4명을 모으는 '천사운동'을 기획했고, 8년 동안 자그마치 5천7백여명의 '천사'들을 모아 병원을 세울 수 있었다. 병원의 이름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적 같은 개원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운영에 난관이 예상된다. 보수 조건이 다른 병원에 못미쳐 의료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상근 간호사는 10여명이지만 의사는 한명뿐이다. 당분간은 외래진료만을 실시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수입이 거의 없다 보니 매달 들어갈 1억여원의 운영비를 구하는 것도 큰 문제다.

천사병원 김혜경 초대원장은 "자원봉사 의사들로 순번을 짜 진료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지만 아름다운 기적이 이어질 것을 확신한다"며 "현재 벌이고 있는 '만사운동(매달 1만원씩을 기부하는 후원인 1만4명을 모으는 운동)'에 많이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02-2212-8004.

남궁욱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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