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순희 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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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부산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하형주씨와 함께 성화 최종주자를 맡았던 북한의 유도영웅 계순희(23)가 허무하게 무너졌다. 계순희는 2일 구덕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52㎏급 2차전에서 중국의 시안동메이(27)에게 1-2로 판정패했다.

2차전 경기는 5분내내 팽팽하게 진행됐다. 시안은 국제무대에서는 무명에 가까운 선수지만 계순희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경기 중반, 시안은 계순희에게 갑작스런 업어치기 기술을 시도했다. 계순희의 등이나 옆구리가 매트에 닿았는지 불명확한 상태에서 주심은 효과를 선언했고 부심 둘의 손은 움직이지 않았다. 점수로 인정되지 않은 것이다.

종료 버저가 울리고 유도복을 고쳐입으면서도 계순희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는 듯 담담했다. 그러나 주심과 부심 한명이 빨간 깃발을 치켜들었다. 계순희의 패배였다. 홍콩 주심과 쿠웨이트 부심은 시안에게 점수를 줬고 한국 부심은 계순희 편을 들었다. 계순희는 기가 막힌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숙인 채 퇴장했고 선수 대기실에서 물수건을 이마에 얹은 채 패자전을 기다렸다.

북한의 김경수 감독은 "믿을 수 없는 판정이다. 공식적으로 서면을 통해 항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제는 심판이 남조선 선수 두명을 죽이더니 오늘은 우리마저도 죽인다"고 불평했다.

계순희는 1996 애틀랜타올림픽 때 와일드카드로 48㎏급에 출전해 80연승을 달리던 일본의 다무라 료코를 무너뜨리고 금메달을 따내 세계적 스타로 부상했다.

체급을 올려 52㎏급으로 출전한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동메달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7월에 열린 뮌헨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다시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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