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개입 의혹 전공노 전 간부 3명 최대호 안양시장 인수위 참여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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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호(51·민주당) 경기도 안양시장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간부 공무원 전보 인사에 전공노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시장직 인수위에 전공노 간부 3명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수위원은 모두 11명이었다. <본지 7월 31일자 1, 2면>

1일 안양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시국대회에 참가했다가 파면 당한 손영태(44·안양시 7급) 전 전공노 위원장이 정책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또 2006년 6월 안산시 지부장으로 총파업에 가담했다가 파면된 박기한(53·안산시 7급·파면) 전 전공노 부위원장, 민주노동당 후보로 18대 총선과 올해 6·2 지방선거 안양시의원 선거에 출마해 낙선한 이시내(37·여·푸른어린이도서관장) 전 안양시지부 사무처장이 포함됐다.

자치단체장 인수위원은 자격 기준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행정안전부는 인수위원회에 지방자치단체가 협조할 사항만 제시하고 있다. 손 전 위원장은 야 4당 단일 후보로 안양시장 선거에 출마했다 최 시장에게서 공동 지방정부 구성 약속을 받아낸 뒤 사퇴, 최 시장의 당선을 도왔다.

안양시 공무원들은 전공노 출신 인수위원들이 손 위원장 파면의 실무 책임을 맡았던 공무원들을 좌천시키는 데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안양시의 간부 공무원 A씨는 “시장 취임 전부터 살생부가 있다는 말이 나돌았고, 노조와 대립했던 부서가 표적이 될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 전 위원장은 “인사와 관련해 어떤 연락도 받은 것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와 관련해 손 전 위원장 등 2명은 이재동 부시장이 인사의 위법성을 지적한 e-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낸 지 이틀 뒤인 지난달 30일 부시장실로 찾아가 항의했다. 이들은 이 부시장이 공무원노조를 불법단체로 표현한 점에 대해 사과하도록 요구했고, 이 부시장이 거부해 고성과 막말이 오갔다. 이 부시장은 “부시장이 시장과 대결하는 것처럼 비쳐져 더 언급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명분이 좋다고 해도 수단을 정당화해선 안 된다”며 “정부 방침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준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인사는 전격적으로 단행됐다. 최 시장은 당선 후 기자회견과 의회 업무보고를 통해 9월에 조직 개편과 함께 인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부시장은 지난달 26일 신철 행정지원국장으로부터 “시장의 지시로 인사를 하려 한다”는 보고와 함께 인사 대상자의 명단이 적힌 한 장짜리 메모를 받고 내용을 알았다. 인사위원회가 열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시장이 담당 국장에게 인사 발령을 지시한 것이다.

지방공무원법, 안양시 인사관리규정 등에 따르면 업무에 따라 1~2년까지 전보 발령을 낼 수 없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최 시장은 4명을 규정에 어긋나게 발령했다. 특히 인사위원회의 심의도 거치지 않고 오모 체육청소년과장을 직위해제했다. 직위해제는 공무담임권을 제한하는 것이어서 인사위 심의와 당사자에게 사전에 통보하도록 절차가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다.

안양=유길용·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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