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기업인 속속 몰려 단둥 주변 호텔 초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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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9일 오후 2시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압록강 단교(斷橋). 30일부터 신의주 경제특구에 무(無)비자로 입국이 가능하다는 발표를 듣고 지난 28일부터 속속 몰린 한국·일본 기업인들이 우산을 들고 압록강 건너편 신의주를 구경하기 위해 모였다.

수산물 사업을 하는 金모(50)씨는 "단둥(丹東)은 세 번째 오지만 신의주에 무비자로 갈 수 있다는 말에 인천에서 배편으로 16시간 걸려 달려왔다"고 말했다.

金씨는 "단둥과 수산물 사업을 하고 있지만, 신의주와도 사업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서둘러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행한 李모(41)씨도 "과거에도 여러 번 왔지만 올 때마다 압록강 단교에서 신의주를 바라보고만 갔는데 이번 발표로 갈 수 있게 돼 설렌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30일부터 신의주 무비자 입국이 발표됨에 따라 중국 단둥 주변 호텔은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막상 단둥에서 신의주로 들어가는 것이 30일부터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무비자 출입을 사흘 앞두고 갑자기 발표돼 국경을 넘나드는 작업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릴 뿐더러 단둥 세관과 국경수비대에 중국 정부로부터 아무런 통보도 없었기 때문이다.

한편 신의주 특구에 대한 중국 동포들의 관심은 대단하다. 신의주 특구지정 소식이 전해진 지난 27일부터 단둥시에 거주하는 동포들은 거의 매일 중국 내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친척들로부터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단둥제일무역 배진호 대표는 "지난 28일 오전부터 전화가 불이 나기 시작했으며, '진짜 신의주 출입이 가능하냐'는 질문이 쇄도해 일을 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단둥시 정부도 특구 개발에 따른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특구 개방 발표 직후 시정부는 시정부 산하 대외무역경제위원회·건설위원회·교육위원회 등 8개 위원회에 향후 시의 대책을 세워 조속한 시일 내에 보고토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대외무역경제위원회는 앞으로 위원회 산하에 신의주 특구대책반을 구성해 상설 운영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관련 전문가 인선에 들어갔을 정도다.

시정부 산하 민족사무위원회는 지난 26일 긴급 회의를 소집, 신의주 특구 개방에 따른 향후 중국 동포들의 역할에 대해 긴급 토론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앞으로 동포들이 단둥으로 대거 몰릴 것에 대비, 현재 한 곳뿐인 단둥 시내 조선족 학교(단둥 조선족 중학교)를 두세 곳으로 늘려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이를 성 정부에 정식 건의키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단둥시 전체인구 70만명 중 2만명이 중국 동포들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특구 개방은 곧 동포들의 생활 향상 및 역할 증대를 의미하기 때문에 심도 있는 토론이 이어졌으며, 시 정부의 고위 관리도 이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단둥=최형규·고수석 기자

ssk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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