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기존의 호적제도를 대체할 새로운 신분등록제도를 마련했다.
대법원은 10일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호주제가 폐지될 것에 대비해 개인의 가족관계를 입증할 대안으로 '혼합형 1인1적(1人1籍) 제도'를 도입, 이달 중 국회에 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제시한 1인1적 제도는 개인별로 한 개의 신분등록부를 만들고 여기에 본인과 배우자.부모.자녀의 가족 신상정보를 함께 기재하는 일종의 '가족부'형태다.
그동안 아버지나 남편의 호적에 편입됐던 여성도 앞으로는 자신의 신분등록부를 가질 수 있다. 기존의 호적제도가 남자인 호주 중심의 수직적인 가족관계였다면 1인1적 제도는 신분등록상으로 남녀평등을 보장하게 된다. 기존의 호적등본에는 호주를 기준으로 배우자와 부모, 자녀, 형제자매 등 가족 구성원의 결혼, 사망 등 모든 신상정보가 한꺼번에 담겨있다.
대법원은 또 독일.프랑스 등지에서 시행 중인 가족.출생.혼인 등 개별적인 신분증명을 분리공개하는 '목적별 공부(公簿)제'를 도입해 개인별 신분정보를 보호하기로 했다.
신분등록등본을 발급받을 수 있는 주체는 법으로 본인과 국가기관에 한정되기 때문에 본인 외에는 사실상 발급받을 수 없게 했다.
법무부도 이날 대법원.행정자치부.여성부 등 관련 부처와 변호사.교수 등이 참여하는 '신분등록제도 개선위원회'를 확정해 호주제 폐지에 따른 후속 조치에 들어갔다.
법무부는 부부와 미혼자녀를 기본 단위로 하는 가족부제, 대법원의 혼합형 1인1적제, 주민등록 일원화 등의 방안을 심의한 뒤 정부안을 마련해 이달 말 국회에 보낼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국회는 대법원과 법무부 안을 검토해 최종안을 확정,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호주제를 폐지하고 새로운 신분등록법을 제정한다. 새 신분등록법은 2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2007년 2월 시행된다.
대법원이 호적사무를 총괄하고 있는 만큼 대법원의 방안대로 새 신분등록제도가 확정될 가능성이 크지만 법무부가 다른 방안을 제시할 경우 국회에서 최종안을 둘러싸고 논란도 예상된다.
국회 법사위원회는 지난해 말 호주제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 개정안을 여야 간 합의하고 2월 임시국회에서 이를 통과시키기로 했었다.
김종문.문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