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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드문 곳이라 수색 안한 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개구리 소년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견된 와룡산 일대는 지난 11년 동안 연인원 30여만명의 경찰력과 헬기 등이 동원돼 수색작업이 진행됐다. 이 잡듯 뒤진 수색에서 이들의 유해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실종 당시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리면서 경찰·군 등이 와룡산을 샅샅이 뒤졌지만 이들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경찰은 이들의 유골이 발견된 지점이 지리적 특성상 수색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발견 지점은 이들의 집에서 3.5㎞ 정도 떨어진 산 속으로 평소 행인의 왕래가 거의 없었던 곳이다. 또한 깊이 2m 정도의 V자형 골짜기에 토양이 사질토여서 흙에 덮여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변에 도토리나무가 많아 낙엽이 골짜기에 쌓이면서 시신을 덮어 눈에 잘 띄지 않은 것도 발견을 어렵게 했다고 분석한다.

김용판(金用判) 대구 달서경찰서장은 "실종 당시 경찰은 평소 인적이 드문 이 지역까지 이들이 가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집 인근 와룡산 일대만 수색해 미처 이들의 시신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이 집을 나온 날 비가 내려 날씨가 추웠고 산길을 걷느라 탈진한 상태에서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골짜기에 모여앉아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날이 곧바로 어두워지면서 체온이 급격히 떨어져 저체온증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소년들의 유골을 처음 발견한 최환태씨는 이날 오전 11시30분쯤 골짜기 옆을 지나다가 시신의 일부가 드러난 것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시신 일부가 지표면에 드러났고, 근처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깊은 산 속이던 이 지역이 마을 뒷산으로 변하면서 주민들이 산을 드나들게 된 덕분에 발견될 수 있었던 셈이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어린이들이 이 지역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수색을 정밀하게 하지 않은 것이 실수"라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수색에 참가했던 일부 경찰관은 헬기를 이용해 이 지역 일대까지 샅샅이 수색했으나 당시 발견되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대구=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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