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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사각 영양이 씹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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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천고마비(天高馬肥),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계절이다. 먹는 것마다 살이 될 것 같은 불안한 때이기도 하다. 노출의 계절인 여름도 끝나 바짝 신경 썼던 몸매 관리도 느슨해진 상태다. 건강이 가미된 신개념 다이어트식 스파 푸드(spa-food)를 따라 만들며 배우는 '박선영의 스파 쿠킹'코너를 마련했다.

편집자

한국인과 콩은 뗄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한식 맛내기의 기본인 간장·된장·고추장의 주 재료가 콩이니 하루를 거르지 않고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콩이 들어가지 않은 반찬으로 꾸민 밥상은 한끼만 건너 뛰어도 어머니의 품처럼 그립다. 그럴 땐 풋고추에 쌈장을 푹 찍어 한입 물면 고급 레스토랑의 스테이크 한 조각보다 감미롭다. 뚝배기에서 자글자글 끓고 있는 청국장을 만나면 블루 치즈가 들어간 프랑스 요리보다 반갑다.

문득 프랑스 유학시절이 떠오른다.

레스토랑 가는 게 공부(?)였던 나는 프렌치 요리를 눈·코·입으로 한번이라도 더 느껴보기 위해 식비를 아끼고 아꼈다. 파리에서 가장 제일 싼 값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이 바게트. 껍질이 딱딱한 바게트 한 개로 날마다 연명하다 보면 한국에서 먹던 음식이 절절히 생각난다.

파리에 한국 음식점이 있긴 하지만 값이 비싸 감히 엄두도 못낸다. 한국 반찬을 파는 수퍼마켓에 가도 마찬가지다. 서울에 있을 땐 쳐다도 안 봤던 음식들에 처량하게 군침이 돌기까지 한다. 결국 참지 못하면 연두부 한 모와 고추장 한 통이 손에 쥐어진다.

곧바로 집으로 달려와 새콤달콤한 고추장 소스를 만들어 촉촉한 연두부에 살짝 얹는다.겉 모습은 프랑스 스리 스타(three-star)레스토랑의 황홀한 코스 요리에 비할 바 못되지만 그 순간의 맛은 결코 포 스타(four-star)를 주어도 아깝지 않을 정도다. 프랑스 음식을 배운다고 이국땅에서 생고생을 하던 나 역시 한국인이 틀림없음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흔히 말하길 감옥에서 먹는 밥을 '콩밥'이라고 한다.

이 말은 우스개가 아니라 콩이 갖는 영양적 가치를 그대로 담고 있는 표현이다.콩은 '밭에서 얻는 고기'라고 할 만큼 단백질·지방·비타민 등 각종 영양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 밥에 섞어 먹는 강낭콩·완두콩, 메주를 만드는 데 쓰이는 메주콩뿐 아니라 녹두나 팥도 콩에 속한다.

강낭콩은 특히 비타민 B1,B2,B3가 많은데 이들은 탄수화물의 대사(代謝)를 순조롭게 도와주기 때문에 탄수화물이 주식인 한국인에겐 특히 좋다. 녹두 빈대떡이나 숙주나물의 재료인 녹두는 당분이 많고 향내까지 있어 입맛을 돋우는 데 '딱'이다. 한 여름엔 더위를 식혀주는 팥빙수,한 겨울엔 포근한 밤참거리인 단팥죽의 주인공인 팥은 장(腸)운동을 돕는 효능이 뛰어나다.

그리고 콩 중의 팔방미인 서리태(검은콩)는 다른 말로 검정약콩이라 할 만큼 영양적 효험이 뛰어나다. 성인병 예방과 해독 작용은 물론 다이어트 효과도 우수하다고 한다. 가히 '종합영양제'같은 콩이라 할 만하다.

양질의 단백질과 영양분을 고루 갖추고 있는 콩이 이제 우리의 식단과 가까워져야 할 이유는 충분해졌다.

여러 종류의 콩을 살짝 데친 뒤 치커리·겨자잎처럼 몸에 좋은 녹색 야채들을 곁들인 '허니 레몬 드레싱의 모듬 콩 샐러드'를 건강식인 스파 쿠킹 첫 요리로 소개한다.

푸른 야채의 신선한 사각거림, 알맞게 익힌 콩과 견과류의 고소함, 게다가 한 눈이 살짝 감기는 드레싱의 새콤함. 이만하면 지글거리는 삼겹살의 유혹 정도는 충분히 뿌리칠 수 있지 않을까.

라퀴진 요리 아카데미 요리팀장

◇허니 레몬 드레싱의 모듬 콩 샐러드(2인분)

▶재료=강낭콩 4큰술, 완두콩 4큰술, 돈부콩 3큰술, 호두 1큰술, 아몬드 슬라이스 1큰술, 말린 살구 3개, 라디치오·치커리·로메인·겨자잎 등 채소류 적당량

▶허니 레몬 드레싱 재료=레몬즙 4큰술,꿀 3/2큰술,양겨자 1큰술,올리브 오일 2큰술

▶만드는 법=①콩류는 따로따로 끓는 물에 살짝(3∼4분)사각거리게 익힌다. ②말린 살구는 결대로 얇게 썬다. ③드레싱은 먼저 겨자와 레몬 즙을 섞고, 나머지 재료를 완전히 섞어준다. ④야채류는 한입 크기로 자른 다음 드레싱(1큰술)으로 섞어 접시에 담은 뒤 콩류와 견과류를 올린다. 드레싱은 따로 담아서 낸다.

◇박선영씨는 1972년 서울 태생으로 파리(코루동 블루·벨루에 콩세이유)·뉴욕(피털쿰 요리학교)·방콕(전통 태국음식 학원)의 유명 요리학원을 돌며 각국의 음식을 배웠다.현재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라퀴진 요리 아카데미에서 요리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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