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 4백조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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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가계 빚이 갈수록 늘어나 4백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한 가구가 진 빚은 평균 2천7백20만원으로 세금 등을 뺀 가구당 연간소득과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다.한해 동안 번 돈을 한푼도 다른 데 쓰지 않고 빚 갚는데 써야만 겨우 다 갚을 수 있다는 얘기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가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금에다 물건을 신용으로 사고 아직 갚지 않은 액수를 합치면 지난 6월 말 현재 3백97조5천억원에 달했다. 이는 석달 전에 비해 29조3천억원(8%) 늘어난 수치다.

가구당 빚은 지난해 3월 말 1천9백30만원에서 분기마다 6∼8%씩 늘어나 이런 추세라면 올 연말에는 3천만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잔액도 지난 6월 말 현재 70.6%에 달해 처음으로 70%를 넘어섰다.

한은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가계의 금융자산 규모가 빚의 2.6배(지난해 말 기준)지만 미국은 4.1배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가 미국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항목별로는 주택자금 대출이 특히 많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1분기에 1조5천억원이 증가한 주택자금 대출은 2분기에 3조6천억원이 더 늘었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대신 대출심사가 까다롭지 않은 신용카드·캐피털 회사를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카드·캐피털사 대출의 증가폭은 지난해의 경우 분기당 3조원이었으나 올들어선 6조원으로 늘어났다.

이밖에 가계의 씀씀이가 헤퍼지고 신용카드 이용이 확산됨에 따라 신용구매 잔액도 2분기에 3조7천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분기의 증가폭(1조1천억원)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금융기관별로는 상호저축은행이 2분기에 7천1백억원의 대출금을 거둬들인 반면 은행(대출 14조원 증가) 등 다른 금융기관들은 대체로 대출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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