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진 증시 바닥은 어딜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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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증시가 침체의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한 주 14포인트 가까이 빠졌던 종합주가지수는 23일 3.5% 급락해 순식간에 680선도 무너졌다.

이에 따라 추석 연휴 이후에는 미국·이라크 전쟁 등 돌발 악재만 생기지 않는다면 국내 주가가 조금씩 상승 흐름을 탈 것이란 기대감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당분간 주가가 크게 오르길 기대하는 사람은 드문 편이다. 투자 심리가 그만큼 얼어붙어 있다는 의미다.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그동안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8,000선이 무너지자 다우존스 지수가 지난 7월의 최저치 7,532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기·기업 실적이 당분간 좋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미 주가가 떨어지는 만큼 국내 증시의 상승세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은 국내 증시가 얼마까지 떨어질지에 모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 종합주가지수의 장중 최저치는 660.94(8월 6일)이고,종가 기준 최저치는 673.78(8월 6일)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향후 종합지수가 660선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나빠질 것으로 보이는 등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여건)이 시장에서 신뢰를 얻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증권 신성호 이사는 "한국·미국 증시의 불안은 세계 경기 회복이 둔화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라며 "하반기 종합지수 최저치는 630∼660선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증시에서 주식을 살 만한 매수 주체가 없는 점도 걱정거리다. 신영증권 장득수 조사부장은 "국내 주가가 싸다는 것 외에는 호재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달 초 주식을 사들이는 모습을 보였던 외국인들도 해외 변수가 불투명해지자 매도 규모를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길게 보면 종합지수가 연내에 800선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식을 서둘러 처분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다. 우리증권 신 이사는 "당분간 주가가 약세를 보이겠지만 연중 고점은 750∼800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서둘러 매도하기보다는 느긋하게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재식 기자

angelh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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