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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부르는 개성파 '女聲'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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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록과 힙합 댄스, 그리고 발라드까지…. 한결 성숙해진 개성파 여성 보컬리스트들의 가을 반격이 시작됐다. 김윤아라는 걸출한 홍일점 보컬리스트를 앞세운 록밴드 자우림, 파워와 탄력있는 리듬감의 여성 3인조 보컬 그룹 디바, 그리고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는 맑은 목소리의 주인공 이수영이 각각 새 음반을 내고 활동을 재개했다. 평가는 대중문화·대중음악평론가들과 담당 기자가 함께 했다. ★ 다섯개 만점, ☆는 반개.

1997년 결성된 이래 음악성과 상업성의 경계를 미묘하게 조절하며, 그래서 전문적인 음악인들이나 단순한 음악팬들 대부분을 만족시켜온 혼성 4인조 밴드. 그'자줏빛 비가 내리는 숲(紫雨林)'의 색깔이 더욱 짙어졌다. 네번째 음반 '4'에서 이들은 음악성 쪽에 조금 더 포인트를 둔 듯하다. "이젠 음반 판매량 같은 것은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자신감 속에서 멤버들이 하고 싶었던 음악을 마음놓고 했다는 느낌"이라는 대중음악평론가 이종현씨의 표현처럼 거칠고 어두운 록의 울림이 강하게 느껴진다.

타이틀곡 '팬이야'의 경우에도 이전의 히트곡들에 비해 발랄함은 옅어졌지만 곡 구성이나 연주면에서 성숙미가 느껴진다. 물론 김윤아(28)의 보컬은 여전히 매력적.

28일∼29일 올림픽공원 테니스 경기장에선 '밴드다운' 자우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멋진 야외 공연(02-399-5888)도 펼친다. 4집의 신곡 외에도 '헤이헤이헤이''일탈''밀랍천사''매직 카펫 라이드' 등 히트곡을 선사한다. ★★★☆

1990년대 말 SES·핑클과 함께 '걸 그룹 붐'을 이끌었던 디바가 새 앨범 '럭슈어리 디바'를 선보였다. 귀염성있는 소녀풍의 다른 그룹들에 비해 '힙합 여전사'의 이미지로 차별화했던 이들이 이번엔 재킷 사진 등에서 오히려 여성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해 비키(25)·지니(24)·민경(21)으로 멤버를 재정비한 뒤 노래도 대중성이 더 강해졌다. 그래도 타이틀곡 '액션'은 힙합 특유의 거친 맛이 여전히 살아있는 댄스곡. 다이내믹한 비트와 보컬 하모니가 파워풀하게 느껴진다.

바람난 애인을 위협(?)하는 내용의 '바람 바람 바람(러스트 인 더 윈드)'은 트로트풍의 댄스 멜로디와 코믹한 가사가 재미있는 노래. 애잔한 라틴 기타 선율로 시작되는 R&B풍 발라드 '지켜준다더니' 등 12곡 모두 듣기에 부담없다. ★★☆

한결 세련돼졌다. 2000년 '아이 빌리브'로 데뷔한 이수영(22)이 벌써 네번째로 내놓은 음반 '마이 스테이 인 센다이'는 그의 목소리가 더욱 돋보인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대신 택한 어쿠스틱한 통기타 반주 때문이기도 하다. 타이틀곡 '라라라'는 특히 에릭 클랩튼 풍의 기타 소리에 얹어진 그의 목소리가 호소력 짙게 다가오는 포크 발라드.

먼저 전파를 탄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는 교실에서 목을 멘 여학생, 옥상에서 떨어져 혈흔이 낭자한 시체가 나뒹구는 등 충격적인 영상과 효과음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도입부와 곡 중간 중간에 삽입된 프랑스어 속삭임이 샹송 같은 분위기를 전하는 '팬텀 오브 러브'도 추천할 만한 곡. 싱어 송 라이터 하림이 선사한 노래다.

또 댄스곡 '두근두근'에선 그룹 신화의 김동완이 백보컬을 해주고, 조PD는 짧지만 화려한 랩트랙 '인터루드'를 만들어줬다. 김건모의 '흰눈이 오면'과 이소은의 '작별'을 리메이크한 노래들도 귓가에 새롭다. ★★★

김정수 기자

newslad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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