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잊는 훈훈한 추석맞이 2題] "더 불우한 이웃 돕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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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8일 오후 3시 사찰을 겸한 고아원인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 통일안국사내 40평 넓이의 식당. 초등학생에서 중·고교생에 이르는 원생 30여명이 추석을 앞두고 부지런히 반죽을 주무르고 콩고물을 넣어가며 송편을 만들고 있다.

이들은 이날 학교가 끝난 뒤 한자리에 모여 4시간 동안 송편을 만들어 자신들보다 더 외로운 처지에 있는 혼자 사는 노인과 홀어머니·홀아버지 가정,장애인 등 모두 3백여 가구에 나눴다. 이날 행사에는 의정부 여성의용소방대와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 소속 주부 자원봉사자 등 1백20여명도 참여했다.

불우 이웃에 대한 원생들의 송편 전달은 '릴레이 이웃 사랑'을 실천한 것이기도 해 감동을 더했다. 54명의 고아가 생활하고 있는 이곳은 '스님 아빠'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운영해나가는 미인가 사회복지시설. 이러한 사정이 알려지자 지난 17일 손학규(孫鶴圭)경기도지사가 쌀 3가마를 보내왔고, 사찰 주지 지산(智山)스님이 아이들의 의견을 들어 외로운 이웃과 훈훈한 추석을 보내기로 하면서 행사가 마련됐다.

원생 朱모(12·호암초등학교 6년)양은 "추석을 앞두고 아무도 찾지 않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몸이 불편한 장애인 어른들이 송편을 받아들고 무척 흐뭇해 하시는 모습을 보고 너무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지산 스님은 "앞으로 아이들의 올바른 인성교육을 위해서도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이같은 행사를 계속 열 것"이라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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