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훈풍 솔솔 … 그래도 악재는 잠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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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유럽 재정위기와 더블딥 공포에 짓눌려 있던 투자심리가 조금씩 풀리는 모습이다. ‘최후의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금 값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 가장 먼저 움츠렸던 금융주들은 동반 상승세다. 국내 증시에서도 공매도가 줄어드는 등 주가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먹구름이 완전히 걷힌 건 아니라는 경고는 여전하다.

금값 3개월 만에 최저  구리값은 올라 경기회복 기대

27일(현지시간)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근월물) 가격은 온스당 1158달러로 마감하며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중순 1258.3달러까지 올랐던 금 값은 이후 8%가량 하락했다.

반면 구리 값은 이날까지 6일 연속 상승세다. 금이 시장의 불안을 피하려는 안전자산이라면, 구리는 대표적인 산업용 원자재다. 금값 하락은 불안 진정을, 구리 값 상승은 경기 회복을 각각 가리킨다.

투자자들의 불안이 누그러진 데는 지난 주말 발표된 유럽 은행들의 스트레스 테스트(재무 건전성 평가) 결과가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평가 기준이 너무 낮았다는 비판도 있지만 대부분 은행들이 무난히 테스트를 통과한 게 일단 호재로 받아들여졌다. 발표를 전후해 유럽 은행들의 주가도 반등을 이어가고 있다. 27일에는 바젤위원회가 완화된 은행 건전성 평가 기준을 내놓으면서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의 주가가 11.2% 오르는 등 유럽 주요 금융주가 일제히 급등세를 탔다.

주식 공매도 크게 줄어  향후 상승 기대감 크다는 의미

국내 증시에선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가 줄고 있다. 공매도란 주식을 빌려 미리 팔아 놓고 주가가 떨어졌을 때 싼값에 사서 빌린 주식을 갚는 것이다.

주가가 떨어졌을 때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때 쓰는 투자기법이다. 공매도가 준다는 건 그만큼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뜻이다.

28일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200 종목에 대한 거래 중 공매도의 비율은 23일 2.16%에서 27일 1.64%로 하락했다. 또 주식을 얼마나 빌렸는지를 볼 수 있는 대차거래 잔고 비율도 23일 2.36%에서 26일 2.35%로 떨어졌다.

남유럽 재정위기의 불안감이 불거졌던 5월께는 공매도가 증가세였다. 5월 12일에는 공매도 비율이 6.35%에 달했다.

유진투자증권 강송철 연구원은 “주가 하락에 대한 불안이 줄어들면서 5월 이후의 공매도 러시는 어느 정도 진정됐다”며 “앞으로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 공매도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더블딥 우려는 여전해  부양책 약발 끝나고 재정긴축

세계경제가 재침체(더블딥)의 덫에 걸려들 위험이 여전하다는 경고는 이어진다. 특히 미국에선 소비심리가 살아나질 않고 있다. 주택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들도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며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미국 경제가 경기 후퇴에 빠질 확률이 50% 이상으로 상당히 높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향후 더블딥을 야기할 수 있는 4대 리스크로 ▶경기회복에 대한 신뢰 하락 ▶경기 부양책 효과의 종료 ▶유럽 국채시장의 불안 ▶선진국 재정긴축에 따른 부작용을 들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이런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더블딥보다는 ‘감속’에 무게를 두는 시각이 아직은 많다는 게 FT의 결론이다.

씨티그룹의 마이클 샌더스 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향후 몇 년간 상대적으로 느린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민근·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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