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간대 他지역 공연 인터넷 연결 멀티미디어 무대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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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 뉴욕과 도쿄로 떨어져 있는 무용가들이 동시에 서로의 모습을 모니터로 봐가며 독무를 춘다. 두 무용가의 춤은 태평양을 뛰어넘어 어느덧 2인무로 합쳐지고 이 화면은 헬싱키로 전송된다. 헬싱키의 엔지니어는 2인무의 배경에 디지털 그림과 효과를 가미한다.

#2. 지난달 영국 에든버러와 한국 공연장에서 동시에 막이 오른 실험극 '투 인 원'. 영국의 로미오(제임스 무어)와 한국의 줄리엣(박지원)이 실시간으로 인터넷 화상 대화를 나누며 사랑을 키워간다는 설정이다.

연극과 무용에서 비디오·인터넷 등 멀티미디어를 이용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맞춰 미국·유럽·아시아를 실시간으로 잇는 '세계화' 무대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예술가들의 실험 정신을 테크놀로지 발달이 밑받침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안무가·무용가의 30%는 디지털 카메라로 작업을 시도해 봤다고 한다. 퍼포먼스·미디어 아트 등이 일회성이 아닌, 상시적인 작품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세계 곳곳에 만들어지고 있는 미디어 아트 센터도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다음달 2일 뉴욕에서 문을 여는 댄스 시어트 워크숍(DTW)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미디어 아트 센터와 달리 미술가들이 아니라 무용가·안무가들이 주축을 이룬다. 뉴욕시와 록펠러 재단의 지원을 받은 DTW는 안무가·무용가·비디오 아티스트 등 예술가 인력과 최신 장비를 갖추고 있다.

센터 속에는 무용·퍼포먼스 공연이 이뤄지는 극장, 비디오 카메라와 컴퓨터가 갖춰진 스튜디오, 갤러리·미디어 연구소 등이 들어선다. 공연되고 만들어지는 작품은 즉시 전세계로 전송이 가능하며, 세계 각지의 다른 예술가들도 작업에 참여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미술 중심이던 퍼포먼스에 음악·무용·연극·마임 등을 끌어들이는 형식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여기에 영상 작업까지 보태는 다양한 방식이 가미돼 눈길을 끈다. 그러나 유럽·미국처럼 퍼포먼스 전용 극장, 무용과 영상을 결합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스튜디오는 아직 없다. 특히 퍼포먼스의 경우, "돈 주고 가서 본다"는 개념이 우리 문화 풍토에는 아직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일주아트하우스·아트센터나비 등에서 미술가 중심의 미디어 아트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성과도 구체화하고 있다는 평이다. 카메라 장비·편집실을 전문 예술가·일반인들에게 개방하고 있는 일주아트하우스의 큐레이터 이섭씨는 "일반인의 자발적인 참여가 가능해 작가와의 공감대도 커지고 작품의 질이 높아졌다"며 "미디어 아트 작품을 아카이브(데이터로 집적)로 운영하다 보니 예술가들 사이에서도 깊이 있게 연구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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