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서 경영학 교육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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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6면

㈜솔루션닉스 장민호(34)사장은 미국 MIT에서 기계공학을 전공으로, 경영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런 뒤 자신이 연구한 3차원 측정장치를 상업화하기 위해 서울에서 이 회사 문을 2000년에 열었다. 독보적인 기술과 경영지식을 바탕으로 벌써 연매출 30억원에 가까운 규모의 기업을 일궜다.

장사장은 "MIT에서는 이공계생들에게 부전공을 꼭 하도록 하고 있는 데 절반 정도가 경영학을 택한다"며 "그때 공부한 것이 기업을 하는 데 정말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모씨는 대덕 연구단지의 한 연구소에서 10년 가까이 통신 관련 기술을 개발하다 벤처 붐이 일 때 연구소를 그만두고 벤처를 차렸다.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러나 경제·경영이라고는 공부도,접해보지도 않은 탓에 자금조달이나 조직운영에 실패해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로커스 김형순 사장은 "이공계 출신 중 자신이 개발하고 있는 기술이 어떤 과정을 거쳐 기업 매출로 이어지는지 모르는 사람을 가끔 봐왔다"며 "그럴 때면 이공대생들의 식견을 넓히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이공대생들에게도 경제·경영학 등 인문·사회학 공부를 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공학 공부만 하는 탓에 사회에 진출했을 때 시야가 좁아 결국 자신들의 입지를 어렵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는 또 이공계에서 성장하는 데 뿐 아니라 정치·산업계·공직 등 타 분야로 진출할 때에도 결점으로 작용한다.

이런 문제는 대부분의 우리나라 대학은 이공대생들이 타 학문을 배울 수 있는 길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는 데서 일어난다. 이공학 이외에는 학점을 잘 인정해주지 않는다.

경제·경영학 과목의 학점을 인정해주는 몇몇 대학도 형식적으로 운용하거나,학생들도 졸업학점을 채우기 위해 그런 과목을 수강한다는 식의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 대학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기업가 정신과 경영전략''리더십 강좌'등 두 과목을,서울대는 연간 2~3개 강좌를, 연세대는 경영학개론·경제학 개론 등 두 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과목을 듣는 학생들조차도 학부에서부터 박사과정을 끝낼 때까지의 9~10년 동안 한두 과목을 수강하는 데 그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타 학문을 공부하는 효과를 얻기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대의 경우 한때 공과대학과 경영대학을 합하자는 논의가 있었으나 서로의 이해가 엇갈려 결국 무산됐다.

국내 대학 교육과정이 변화에 머뭇거리고 있는 반면 MBA로 진학하는 이공계 출신이 크게 늘고 있다.이공학을 기반으로 경영학을 접목하면 이공계통뿐 아니라 컨설팅·기업경영 부문 등 다양한 직종으로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인문계 출신이 가질 수 없는 장점이다.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의 올 MBA 신입생 2백5명 중 공학·자연계열 출신이 37%에 이르렀다. 지난해 신입생의 경우는 42%였다. 이 대학원 1학년인 이승호(29)씨는 "롯데건설에서 2년간 근무하면서 경영학 지식의 필요성을 절감해 회사를 그만두고 입학했다"며 "앞으로 건축공학이 필요한 분야의 컨설턴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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