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특정대상'찍어'공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64면

신이 만든 독(毒) 중 가장 센 것은?

상한 통조림을 먹었을 때 주로 식중독을 일으키는 보툴리누스균의 독이다. 1g이면 1백만명을 죽일 수 있다. 다행히 이 균은 공기가 거의 없는 곳에서 살기 때문에 인류에 미치는 해악이 많지 않다. 그러나 보툴리누스균의 유전자 중 이런 맹독을 만드는 유전자를 곳곳에서 서식하는 대장균에 이식해 퍼뜨린다면 그 참상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보툴리누스 독을 생산하는 새로운 종류의 대장균이 만들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이같은 유전자 조작은 그렇게 어려운 기술이 아니며, 하루에도 수십건씩의 유전자 변형 미생물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보툴리누스균은 현재도 대표적인 생물학 무기로 꼽힌다.

9·11 테러 1주년을 전후해 전세계에 테러 위협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래 생물학테러의 양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래 생물학테러는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그 위력이 가공할 정도로 변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선문대 응용생물과학부 정현호 교수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병을 일으키는 능력이 아주 강해진 새로운 병원체를 만들 수 있으며, 특정 대상만 죽일 수 있게도 할 수 있는 시대가 머지않아 올 것"이라고 생명공학 발전에 따른 생물학테러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생물학무기는 값싸게 대량으로, 손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가난한 나라의 핵무기'로도 불린다.

현재 탄저균·흑사병균·천연두·툴라레미아·유행성출혈열 바이러스·보툴리누스 등이 대표적인 생물학 무기다. 지난해 '백색가루의 공포'로 널리 알려진 탄저균에 감염되면 심할 경우 24시간 정도면 죽음에 이르며, 보툴리누스독의 경우도 입이 마르고 근육이 약화돼 역시 하루 만에 호흡곤란으로 죽는다. 툴라레미아는 전염성이 가장 강한 세균으로 감염되면 감기나 폐렴 비슷한 증세가 나타나며, 2주 정도면 사망한다.

그래서 지금도 이들 균은 공포의 대상으로 세계적으로 협약을 해 무기화하는 것을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웬만한 나라는 다 가지고 있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균들이 생명공학을 통해 '수퍼 세균'으로 만들어져 미래 생물학 무기가 된다. 가공하기에 따라서는 흑인·백인·황색인 등 피부 색깔에 따라, 또는 남녀 등 공격 대상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흑인만을 공격하는 세균은 검은 색소를 만드는 유전자가 특별히 활성화돼 있는 사람에게서만 발병하도록 세균의 유전자를 설계할 수 있다. 남자만 공격하는 세균이라고 하면 성(性)염색체를 구분해 남성 염색체가 있는 사람에게서만 역시 병균으로서 기능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생명공학의 어두운 그림자들이다.

과기부 정윤 연구개발국장은 "생물학테러는 민간인에게 막대한 피해를 일으키는 것으로 각종 병원체에 대한 탐지·제독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방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