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경영'이 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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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8면

한국교육미디어 최대환(46·사진) 회장은 회고하듯 말문을 열었다.

"경주의 한학자 집안에서 4남4녀중 막내아들로 태어났어요. 할아버지는 하루종일 천자문을 가르치면서 '사람'을 늘 강조했습니다."

崔회장은 이 가르침대로 사람을 가장 중시해 1996년 회사 창업과 동시에 국내 고교학습지 업계에 돌풍을 일으키면서 정상에 올랐다. 올 예상매출액은 4백63억원이고 시장점유율은 90% 가량이다.

한국교육미디어(kem.co.kr)는 회사이름 보다 회사가 발행하는 고교생 수험학습지 '케이스'와 '노스트라다무스'로 더 유명하다. 사업에 성공하기까지 崔회장의 인생은 파란만장했다. 1980년대 초 체신공무원을 그만두고 그림·도자기 납품업과 미술관사업 등을 했는데 모두 실패하고 1억원의 빚만 졌다. 울산 선배집으로 피신하는 등 우여곡절끝에 어느날 재기의 결심을 굳혔다.

崔회장은 "당시 32세였는데 불현듯 자신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고향인 경주로 돌아와 아동 학습지 판매업을 시작했다. '우등생 금메달'에서 '아이템풀'에 이르기까지 80년대의 유명학습지를 전국에 판매하면서 1등을 놓쳐본 적이 없었다. 잠자는 시간을 아껴가며 전국을 누볐다.

초등학교에 학습지를 알리기 위해 중국집 배달원으로 변장했고, 사무실에 커피를 나르는 다방 아가씨를 꼬셔(?)커피잔 밑에 학습지를 올려놓기도 했다. 전국을 32바퀴나 돌았고, 경주시내 집은 대부분 한번 이상 방문했을 정도였다. 이때 그는 '사람은 고객이고 고객에게 신뢰를 줄 때 성공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체득했다.

창업을 한 후에도 그는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잘 만들고 잘 팔고 잘 관리'하는 게 핵심이란 것을 깨달았다. 잘 만들기 위해 회사는 소비자인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 했다. 대입 정책 변화에 즉각 대응했고, 학생들이 읽기 편하고 피로하지 않는 활자체를 찾기 위해 시장조사도 했다. 때문에 케이스 학습지는 잡지처럼 읽기 편하다는 평을 받았고,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수능예언 프로그램인 '노스트라다무스'는 출제유형을 면밀히 분석해 대학수능시험에서 적중도 높은 문항을 개발했다. 판매조직도 대폭 정비했다. 개인들과 별도 계약으로 운영해오던 전국 19개 광역본부와 총판을 본사직영체제로 바꿨다.

기존 개인총판이 가져가던 40%의 유통마진은 영업사원들의 인센티브 및 판촉비용으로 활용했다. 경영관리는 품질만족도 1위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광역본부와 직영총판에 콜센터를 실시해 고객들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체제를 유지했다.

그결과 지난해 6월 한국갤럽조사에서 주력상품인 케이스가 고객만족도조사에서 59.2% 의 긍정적 답을 얻었다. 경쟁상품은 39%와 28%에 불과했다고 崔회장은 말했다.

崔회장은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는다. '사람'을 중시하라는 할아버지의 가르침에 어긋난다고 생각해서다. 사람을 뽑을 때도 능력보다 동양적 인성을 중시한다.

글=최형규,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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