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지문날인 위헌 소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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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진술을 거부하는 피의자의 신원확인을 위해 경찰이 실시해온 지문날인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지법 북부지원 형사2단독 박범석 판사는 11일 경찰 수사과정에서 지문날인을 거부해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류 3일을 선고받은 유영재(40·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사무처장)씨가 낸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경범죄처벌법 제1조42호(지문채취 불응)는 수사기관이 신원확인을 위해 지문을 채취하려할 때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한 사람에게 1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 등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수사기관이 지문날인을 거부하는 피의자에게 벌금·구류 등 경제·신체적 불이익을 주는 것은 '신체의 자유를 제약하는 강제처분은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한다'는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수사기관이 긴급체포·구속 등 강제처분에 의해 피의자의 신원확인이 가능함에도 수사 편의적 측면에서 지문 채취에 불응하는 피의자를 처벌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적법절차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朴판사는 "지문날인을 거부하는 피의자를 벌금·구류 등에 처하는 경범죄 관련 조항은 수사기관의 편의를 지나치게 보장한 측면이 있어 위헌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씨는 지난 2월 18일 서울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열린 '부시 방한반대 시국농성돌입 및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집시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던 중 경찰의 지문날인 요구에 불응, 구류를 선고받자 법원에 위헌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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