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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찾사' 권진원 솔로 10년 기념 콘서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1995년 2집 앨범의 '살다보면'이 히트하면서부터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기 때문인지 솔로로 데뷔한 지 10년이 됐다고 하면 모두들 놀래요. 딸이 중1이라고 하면 또 놀라고요."

싱어송라이터 권진원(36·사진)은 첫 솔로 앨범을 발표한 지 10년이 흘렀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실감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하긴 첫 음반은 출시하자마자 제작사의 부도로 자신조차 달랑 한 장 갖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오는 10월 11일 남대문 메사 팝콘홀에서 '10년의 열정, 그리고 첫 마음'이란 제목의 콘서트(02-741-1017)를 여는 마음은 뿌듯하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 시절의 음악을 회상하는 1부에 이어 2부에선 솔로 10년 간 사랑받았던 노래들을 들려드릴까 해요. 특히 1부 끝엔 돌아가신 김광석 선배의 노래 '서른 즈음에'를 컴퓨터와 영상을 이용해 듀엣곡으로 불러볼 생각이에요."

사후에 오히려 가슴깊이 '삶의 노래'에 대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는 김광석과 함께, 노찾사는 그가 "내 음악의 뿌리"라고 말하는 곳이다. 사실 외국어대 네덜란드어학과 재학 시절의 그는 85년 강변가요제에서 '지난 여름 밤의 이야기'로 은상을 받았을 만큼 '운동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다 87년 우연히 대학로에서 열린 노찾사 공연을 보러갔다가 충격을 받았다. 애국가와 함께 슬라이드에 떠오르는 노동자들의 삶,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개사해 부르며 웃음 속에 감동을 전하던 안치환의 모습 등, 이전에 보던 공연과는 너무도 달랐다. 그들과 함께 노래를 불러보고 싶다는 생각에 가까스로 노찾사의 망년회 자리에 참석해 노래할 기회를 얻었다. 그런데 그가 부른 곡은 다름아닌 에디트 피아프의 '장밋빛 인생'이었다. 운동 가요를 부르는 이들 앞에서 샹송이라니….

하지만 음악으로 통했던 그들은 아무 거리낌없이 박수를 쳐줬다. 이후 정식 입단한 그는 '저 평등의 땅에' 등을 부르며 노찾사의 대표 보컬리스트로 활동했다. 최근 거북이의 리메이크곡으로 신세대에게도 익숙한 노래 '사계'의 원곡에서 솔로 보컬 부분도 그의 목소리다.

솔로로 독립한 후엔 '살다보면''해피 버스데이 투 유' 등으로 대중 가수로서의 입지도 굳혔다. 우연히도 이 두 히트곡의 노랫말은 모두 상명대 불문과 교수인 남편의 작품. 대학 신입생 때 시간강사였던 남편에게 먼저 반해 열애, 졸업하자마자 결혼했다고 한다.

아무튼 이번 가을은 그에게 더욱 바쁜 계절이 될 것 같다. 10월 콘서트가 끝나면 11월 중으로 베스트 앨범을 낼 예정이다. 또 11월 15일엔 민족작가회의가 주최하는 '문학카페'에 소설가 황석영씨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동아방송대 영상음악과 겸임교수로서 강의도 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항상 최고보다는 진짜가 되라고 말해요. 그리고 '사계'같은 리메이크곡도 그 가사의 의미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글=김정수 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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