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석 가루 생태계에 치명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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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910년 무렵부터 일본 도야마(富山)현 진쓰강 유역에 사는 농민들 사이에 원인을 모르는 팔·늑골·대퇴골 골절상이 만연하기 시작했다. 격심한 통증으로 고통이 따르는 증상이었다. '아프다, 아프다'라는 의미의 소위 '이타이 이타이'병이다.

병의 원인은 발병 50여년이 지난 1968년에야 광산폐수 속에 포함된 중금속인 카드뮴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광산폐수로 인한 환경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국내에서도 경기도 광명시 가학동의 폐광산 주변 농경지와 농작물에서 카드뮴·납·아연 등의 중금속이 고농도로 검출돼 사회적 문제가 된 적이 있다.

가학광산은 1916년부터 금·은·구리 등의 금속광물을 캐내던 곳으로 72년 폐광하면서 주변 하천 및 농경지로의 중금속 오염 확산을 확실하게 차단하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95년 오염원(源)이 돼온 가학광산의 광미(鑛尾)더미를 콘크리트 차단벽으로 둘러싸는 유실 방지시설을 하고 오염된 농경지의 흙을 교체하는 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최근 환경관리공단 조사에서 일대의 오염도가 별로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환경연구원 이민효 토양환경과장은 "가장 큰 문제는 광산폐수로 오염된 하천을 농업용수로 사용했을 때 농작물까지 중금속에 오염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천 바닥에 쌓인 광미로부터 중금속이 계속해 용출될 경우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90년대 중반부터 전국 폐금속광산 중 매년 10여곳씩을 골라 정밀 실태조사를 벌이고, 그중 정도가 심한 3~4곳에 대해서는 토지 개량사업과 농작물 안전성 조사, 광미 유실을 막기 위한 차단벽 설치 등과 같은 사후 오염방지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오염이 진행된 지하수 등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봉화군 금정광산의 경우 폐광 당시 광미를 계곡에 방치한 것이 결정적인 문제"라면서 "이제 와서 광미 더미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은 비용도 많이 들고 장소도 마땅치 않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현재로서는 견고한 옹벽을 설치해 오염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응급조치 정도가 최선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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