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루사'로 사상 최대의 수해를 입은 가운데 농촌지역 저수지의 대부분이 너무 노후해서 홍수조절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농림부는 전국의 저수지를 일제히 점검한 뒤 대대적인 보강공사를 하고, 농업용 댐·저수지의 축조 기준도 강화키로 했다.
6일 농림부에 따르면 전국 1만7천9백56개 저수지 가운데 96%가 축조 20년이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1945년 해방 이전에 만든 저수지가 전체의 절반인 9천7백6곳에 이른다.
현재 저수지와 농업용 댐은 2백년에 한번 오는 호우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지만 80년 이전에 지은 저수지의 경우 1백년 빈도의 호우에 대비하도록 축조돼 이번 같이 집중호우가 내리면 홍수조절 기능을 할 수 없다. 또 저수지 바깥면이 돌 아닌 흙으로 된 경우가 많아 약간만 범람해도 붕괴 우려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번에 강릉 집중호우 때 제방이 터진 장현·동막 저수지도 40년대에 축조돼 집중호우 때 수문을 통해 방류량을 조절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농촌에선 농업용 댐과 저수지가 홍수조절 기능을 하는 만큼 현재 2백년 빈도의 호우에 대비하도록 돼있는 설계기준을 3백년 빈도 등으로 더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전국 대부분의 저수지가 지은 지 20년이 넘어 보강공사가 시급하다"며 "전국적으로 일제 점검을 한 뒤 필요한 경우 토사 제방을 시멘트로 보강하는 공사를 벌이겠다"고 말했다.
농림부는 이와 함께 대규모 저수지의 경우 수문을 새로 만들어 홍수조절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24시간 내에 완전 배수할 수 있도록 돼있는 농촌지역 배수장의 설계기준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조원철(토목공학)연세대 교수는 "기상이변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 빈도에 입각한 수리시설 설계는 무의미해졌다"며 "매년 발생할 수 있는 피해액을 추산하고 얼마를 투자해야 적정한지 따지는 '표준규모'를 결정한 뒤 이에 따라 저수지·제방·배수시설 등을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철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