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수년간 축적되어 비만 유발하는 ‘오비소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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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치

김석진 교수

현대인 비만의 원인을 꼽으라면 불규칙한 식사, 과식, 그리고 운동부족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요즘 증가하고 있는 유아 비만의 증가를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하버드 대학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로 6개월 미만의 아기가 비만이될 확률이 73% 증가하였다고 한다. 수유중인 아기들과 같이 영양분 섭취와 운동량이 일정함에도 불구하고 비만율이 증가한다는 것은 단순히 음식의 과잉섭취가 문제라기 보다는 현대인의 체질(?)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오비소겐(Obesogen)은 인체의 지방대사 반응를 변화시켜 비만을 일으키는 화학물질들을 일컫는 신조어이다. 이 물질들이 인체의 변화를 일으켜 비만체질이 된다는 것이다. 오비소겐으로 지목받고 있는 물질 중의 하나가 플라스틱 용기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서 사용하는 물질인 비스페놀 A (Bisphenol A 혹은 BPA)이다. BPA는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으로 이미 알려진 물질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세척제나 곰팡이제거제로 사용되는 tributyltin, 비닐 용품 제조에 사용되는 phthalate도 오비소겐으로 알려져 있다.

성장하는 태아의 세포는 분열을 거듭하는데 오비소겐에 노출되면 미분화된 세포들이 지방세포로 만들어질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또한 오비소겐이 지방세포의 활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것도 동물실험을 통하여 밝혀진 바 있다. 이처럼 필요이상으로 만들어진 지방세포는 섭취된 영양분을 효율적(?)으로 저장하여 비만의 원인이 되고 또한 지방세포는 식욕을 증진시키는 물질을 형성하여 과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새로운 화학물질의 개발이 인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 바가 크다. 하지만 이 물질들을 오랜 기간 동안 사용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인체의 영향(long term effects)은 아직 검증이 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비록 소량이지만 이 물질들이 수십년간 인체에 축적되면서 생기는 영향들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는데 오비소겐이 그 예이다.

이제 비만은 단순히 과식과 운동부족으로 인한 게으른자의 형벌이 아니고 같은 영양분을 섭취하고 동일한 운동량을 가지고 있어도 지방의 축적이 과잉으로 일어나는 체질적인 문제일 수 있다는 것으로 재조명 되고 있다.

김석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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