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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LH 살려야 성남시 재개발도 가능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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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호화 청사를 둘러싸고 성남시가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하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성남시 재개발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다. 겉으로 보면 LH와 성남시의 기(氣)싸움처럼 보인다. 재개발 주민들은 “성남시와 LH의 싸움에 새우등이 터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10년 전 LH가 자발적으로 사업에 들어왔다가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직후 사업 중단을 통보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에 대해 LH 측은 “원주민과 세입자들의 무리한 요구로 아파트 건설원가가 주변 시세(1200만원)보다 높은 3.3㎡당 1300만원까지 치솟아 수익성이 전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실제로 LH의 재무구조는 걱정스러울 정도다. 국민임대주택과 세종시 건설, 보금자리주택 같은 국책사업을 떠맡아 빚이 너무 많이 늘었다. 2003년 20조원이던 부채가 지난해 말에는 118조원에 달했다. 부채비율이 500%를 넘어 매일 100억원 이상의 이자를 물고 있다. LH의 부채 규모는 2012년에 176조원까지 팽창할 전망이다. 이대로 방치하면 회사채 발행조차 어려워져 자금난에 빠지는 건 시간 문제다. 당연히 사업성이 없는 부동산 투자에선 손을 떼야 할 형편이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LH의 보유자산 매각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차질을 빚고 있다.

LH가 자구책(自救策)만으로 위기를 탈출하기 쉽지 않다. 국민임대주택사업 하나만으로 27조원의 금융부채를 떠안고 있으며 매년 6000억원의 운용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따라서 LH 관련 법률을 개정해 유동성 확보에 숨통을 틔워주는 것이 시급하다. LH가 떠안은 대형 국책사업들의 규모도 줄여줘야 한다. 공기업 LH의 부실은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LH가 성남시 재개발과 서울 가리봉동 뉴타운 사업 등 20여 곳에 대해 사업성 재검토에 들어간 것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성남시 주민들도 LH를 압박하기보다 재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게 순리(順理)가 아닐까 싶다. LH가 아무리 공기업이라도 손해가 뻔한 사업까지 떠맡을 의무는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