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광고 끼워넣기… 예고없이 채널 바꾸기 케이블TV 가입자 불만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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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케이블 TV를 즐겨 보는 시청자들은 요즘 짜증스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프로그램 중간에 불쑥 불법적인 홈쇼핑 광고가 나와 시청을 방해하는가 하면 고정적으로 시청하던 채널이 어느날 아무 예고도 없이 다른 채널로 바뀌어 방송되기 때문이다.

방송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불법 홈쇼핑 광고를 내보내거나, 승인받지 않은 채널을 무단으로 내보낸 케이블TV 지역방송국(SO) 및 중계유선방송국 1백30곳에 대해 과태료·시정명령 등의 조치를 내렸다. 방송위가 이처럼 무더기로 행정처분을 내린 것은 일부 SO 및 중계유선 방송국의 횡포가 극심하다는 민원이 최근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공급의 불균형=SO는 방송채널사업자(PP)로부터 영화·뉴스·다큐멘터리 등의 프로그램을 받아 유선망을 통해 각 가정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SO들이 소화할 수 있는 채널 수는 평균 60개 정도인데 반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전문채널, 즉 PP는 이보다 세배나 많은 1백90개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SO를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 결과 뒷거래나 PP에 수신료를 주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채널이 선택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한 PP 관계자는 "SO에 음성적으로 뒷돈을 줘야 할 뿐만 아니라 SO부터 당연히 받게 돼 있는 수신료도 거의 못 받거나 극히 일부만 받아도 뭐라고 말을 못하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전문채널들이 수신료로 받은 돈은 채널당 평균 10억원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5개 홈쇼핑 전문 채널을 제외하면 대부분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형편이다. 전문채널의 주수입원이 광고와 수신료인 상황에서 광고 수입도 미미하고 수신료도 짜다보니 프로그램 제작에 투여할 여력이 적어져 부실 프로그램을 재탕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지난 달 현재 이름만 걸어놓고 실제 방송을 하지 않는 '휴업'상태의 케이블 TV가 64개나 될 뿐만 아니라 최근엔 매각을 검토 중인 채널도 늘고 있다.

◇공정 경쟁체제 시급=전문채널 수가 송출능력을 크게 넘어설 만큼 급증하게 된 건 지난해 3월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요건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1년 뒤에 출범할 위성방송의 수요를 감안해 자본금 5억원, 주조정실과 부조정실·종합편집실 등만 갖추면 누구나 방송 채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위성방송은 2백20개까지 채널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 공급자를 늘려 가입자들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올 3월 방송을 시작한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케이블TV 가입자 수는 8월말 현재 약 7백만명에 이르지만 위성방송은 30만명을 겨우 넘었다. 위성방송이 부진하게 된 데는 경영부실·조직 내분에다 MBC·SBS 등 지상파 방송의 재송신이 막혔기 때문이다.

아무튼 현재 난마처럼 얽혀 있는 케이블 TV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경쟁 체제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SO들은 수신료를 정당하게 PP에게 제공하고 SO 내에서도 1,2차 SO와 3,4차 SO 사이에 공정한 경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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