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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루사'안타까운 죽음 2題]"청렴한 남편 위해 삯일 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하늘도 무심하지. 생활이 조금만 나아지면 내년께는 이사를 해보자고 약속까지 했었는데…."

전북 김제시청 서성호(徐成鎬·45)지역경제과장은 2일 오전 장례식장에서 부인 신미자(申美子·42·사진)씨의 관을 붙잡고 한참 동안 오열했다. 申씨는 태풍 루사가 한반도를 강타한 지난달 31일 오후 6시40분쯤 자신이 사는 김제시 요촌동 동신아파트 입구에서 강풍에 무너져내린 아파트 외벽 벽돌더미에 깔려 숨졌다.

申씨는 지난 봄부터 빠듯한 가계에 보탬이 되고 남는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다며 이웃에 사는 金씨와 함께 검산동의 한 농장에서 일당 3만원씩을 받고 일을 해왔다. 이날도 농장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徐씨는 안타깝게도 재해대책상황실에서 아내의 사고소식을 접했다.徐씨는 "평소 아내가 '살림 잘 챙기고 아이도 잘 키울 테니 당신은 돈에 유혹받지 말고 소신껏 일하고 주민들을 위해 일했으면 좋겠다'고 여러차례 당부하곤 했었다"며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申씨는 남편의 월급(2백50만~3백만원)만으로는 노부모를 돌보고 두 자녀(중2 아들·초등6 딸)의 과외·학원비를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틈만 나면 김제시 인근의 화훼농장이나 파프리카 농장으로 삯일을 다녔다.

徐과장은 김제군청에서 근무하던 1986년 군청 직원이던 申씨를 만나 결혼했다. 지난해 세정과장 시절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회식자리를 마련하면서도 세정과의 운영경비를 아껴 2천만원이나 남겨 놓았을 정도로 청렴한 공무원이다.

김제=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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