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 대재앙] 인도네시아 메단공항에 구호기 한꺼번에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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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인도네시아의 쓰나미(지진해일) 피해 복구를 위해 지난 5일 오전 구호품과 봉사단을 싣고 현지로 떠난 우리 정부의 특별기가 6일 오후까지 구호활동 지역에 도착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 특별기에는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총리 일행과 글로벌케어.굿네이버스.기아대책 등 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해원협) 소속의 자원봉사자 등 80여명이 타고 있었다.

화물칸에는 쌀과 시리얼 등의 식량과 생수, 말라리아약.뎅기열약.수액 등 준비한 각종 의약품과 생필품 10t이 가득 찼다. 기자가 동행취재하는 글로벌케어는 내과전문의.한의사 등 의사 6명과 간호사 4명, 지원요원 등 20명이 참가했다.

특별기의 최종 목적지는 수마트라 섬의 중심도시 메단. 5일 오후 2시(현지시간)에 총리 일행을 자카르타에서 내려준 뒤 3개 단체 42명의 자원봉사자가 2시간30분쯤 뒤 메단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본지 1월 6일자 11면 참조>

그러나 자카르타 하림 공항에 착륙한 비행기는 7시간을 기다린 뒤 이륙을 시도했다. "메단 공항이 전 세계에서 날아온 구호 비행기들로 가득 차 특별기가 착륙할 수 있는 활주로 4개가 모두 찼다"는 게 기장의 설명이었다.

두 시간의 비행 끝에 메단 상공에 도착했으나 착륙공간이 나지 않았다. 결국 연료가 부족해진 비행기는 기수를 다시 자카르타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도 한숨이 터져나왔다. 메단에서 록스마웨라는 도시로 떠날 예정인 안승진 굿네이버스 국제협력팀 팀장은 "록스마웨 주민들이 각종 구호물자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우리 특별기가 긴 여정에도 불구하고 결국 자카르타로 되돌아와야 했던 이유는 현지에서 갑작스레 전 세계에서 물밀듯이 밀려온 사람과 구호품을 감당할 수송체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구호작업이 지연되는 것은 인프라 부족뿐 아니라 현지 정부의 무성의도 한몫하고 있다는 게 대사관 직원들의 얘기다. 현지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정부 조직이 효율적이지 못하고, 부패가 만연해 있어 일처리가 늦다"고 전했다.

봉사단은 6일 메단으로 향할 예정이었으나 '승무원은 24시간 휴식한 뒤에야 다시 비행을 할 수 있다'는 국제규정 때문에 또다시 자카르타에 발이 묶인 상태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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