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일 대학생 되기- 경찰대 vs 공군사관학교

중앙일보

입력


‘2010 1일 대학생 되기’는 방학을 맞아 하계 훈련이 한창인 경찰대학와 공군사관학교를 탐방했다. 경찰이 되고 싶다는 박승규(서울 서울고 2)·김정용(경기 석천중 3)군과 전투조종사가 꿈인 유동주(서울 단대부고 2)·김주상(서울 장충고 2)군이 1일 대학생으로 참여했다.

# 7월 8일 경찰대학 경도관과 실내사격장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경찰의 임무에요. 범인의 인권도 중요하죠.” 체육학과 황원경 교수가 1학년 학생들과 태권도 수업을 하고 있었다. 황 교수는 “경찰대생이 되려면 튼튼한 체력과 자신감이 필수”라며 박승규·김정용군에게 호신술 특강을 해줬다. 두 학생은 몇 가지 호신술을 배운 뒤 내친 김에 사격훈련까지 했다. 이상균 교관의 도움을 받아 ‘스미스 38구경 권총’ 5발을 쐈는데 3발이 표적 안에 들어갔다. 이 교관은 “경찰대에 올 자질이 충분한 것 같다”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경찰대학은 경찰간부를 육성하기 위한 곳이다. 학과는 법학과와 행정학과 2개뿐이지만 배우는 과목은 범죄수사학·공공질서학·경찰화법·정치학·제 2외국어 등으로 다양하다. 4년 동안 총 172학점을 이수해야 하며 방학에는 계절학기 수업을 통해 수영과 사격·무도기술을 익힌다. 홍보대사 정우성(20·행정학과 2)씨는 “학사일정이 빡빡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생활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대리출석이나 결석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청 외사과(외국인·해외 교포, 외국 관련기관의 범죄예방 및 단속을 하는 곳)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는 우가현(19·행정학과 1)씨는 “졸업 후 형사나 경찰만 되는 것은 아니다”며 “최근에는 대학원 진학이나 유학도 많이 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단, 남학생은 졸업 후 전투경찰대나 경찰기동대에서 2년간 지휘관 또는 참모로 근무하며 병역 의무를 마쳐야 한다.

# 7월 20일 공군사관학교 제 212비행교육대대

 “이곳은 공군의 모든 조종사가 거쳐 가는 초등학교 같은 곳이죠.” 활주로에 들어선 유동주·김주상군은 원성환 대위와 훈련용 전투기인 T-103에 탑승했다. 안전상의 문제로 하늘을 날진 못하고, 정지상태에서 스틱(조종간)과 페달을 조작해봤다. 대신 CPT(모의비행훈련장치)체험을 했다. 두 학생은 스크린 속에 가상으로 펼쳐진 하늘을 보며 마음껏 비행을 즐겼다. 원 대위는 “사관생도들은 실제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가상훈련을 통해 전투기 조종법을 익힌다”고 설명했다. 가속도 훈련과 비상탈출 훈련도 참관했다. 김군은 “조종사가 되기 위한 과정이 매우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체력관리를 부지런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공군사관학교의 전공은 다양하다. 인문계열은 군사전략학과·국방경영학과·국제관계학과 등 3개 학과, 자연계열은 전산과학·항공공학·전자공학·기계공학·우주공학·시스템공학 등 6개 학과가 있다. 1학년 때는 전투기 조종법과 관련된 교양필수 과목을 이수하고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한다. 1일 멘토 최준혁(22·우주공학과 4)씨는 “이과계열 학과와 수업이 많기 때문에 수학·과학을 잘하면 유리하다”고 귀띔했다. 사관학교는 평일 외출과 술·담배·결혼이 금지돼있을 정도로 규율이 까다롭다. 4년 내내 군사훈련을 학업과 병행하고, 방학기간에도 비행훈련, 유격훈련 등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대학생으로서의 다른 활동들엔 제한이 없다. 전국대학생 모의UN대회 같은 대외활동 참가나 자원봉사, 동아리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남연진(22·국제관계학과 4)씨는 “임관 후 조종분야 외에 항공통제나 기상데이터 분석, 항공무기정비, 인사행정 등의 전문분야에서 일할 수 있다”며 “요즘은 국내외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이수하거나 해외 군사교육기관에 파견돼 군사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경쟁률 높지만 허수 지원도 많아

 경찰대와 공군사관학교는 졸업 후 진로가 보장되고 학비 면제, 각종 생활비 보조 등 혜택이 많아 매년 입시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경찰대는 46.7대 1, 올해 7월 16일에 원서접수를 마감한 공군사관학교는 약 24대 1 정도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승현 공군사관학교 선발과장은 “허수 지원도 많기 때문에 경쟁률 자체만 보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대나 사관학교는 일반대학과 달리 규율이 엄격하고 군사훈련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적성에 맞는지 잘 살피고 지원여부를 결정하라”고 조언했다.

 경찰대와 사관학교는 언어·외국어(영어)·수리 등 3과목의 학과 시험을 실시해 1차 합격자를 가린다. 언어와 외국어 시험은 듣기 평가 문항이 없는 지필고사 형태다. 경찰대학은 자체적으로 문제를 출제하고, 육·해·공군 사관학교는 1차 시험 문항을 공동 출제해 같은 날 시험을 친다. 사관학교 1차 학과 시험은 당락만 결정하는 형태인 반면, 경찰대학은 1차 성적이 최종 선발과정에 반영된다. 정씨는 “1차 시험은 수능 시험보다 어렵고 까다로운 문제가 많이 출제되기 때문에 기출문제를 풀어보며 유형을 파악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 선발과장도 “특히 수학문제의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모든 범위를 꼼꼼히 공부하라”고 말했다.

 1차 시험에 합격해도 신체검사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불합격된다. 평소 체력단련도 부지런히 해야 한다. 경찰대학은 신장과 체중에 제한 조건이 없지만, 공군사관학교는 신장과 체중·시력 등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기준을 미리 살펴봐야 한다. 공군사관학교 김동규(22·군사전략학과 4)씨는 시력이 나쁜 유군과 김군에게 “향후에는 시력이 나빠도 조종사가 되고 싶은 학생들을 위해 PRK 같은 전문 시력교정수술을 인정할 가능성도 있으니 낙담하지 말라”며 “시력이 많이 나쁘면 조종분야 대신 정책분야로 지원해보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면접에서는 사회적 현안에 대한 경찰과 군인으로서의 자세와 책무를 묻는 유형이 자주 출제된다. 사회적 이슈를 꼼꼼히 살피고 뚜렷한 국가관과 가치관을 확립해둬야 한다. 최종 선발에서는 수능성적까지 합산해 합격생을 가리므로, 수능 시험 준비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사진설명]1. T-103에 탑승한 유동주(왼쪽)·김주상(가운데)군이 원성환 대위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2. 이상균 교관이 박승규(왼쪽)·김정용(가운데)군에게 사격자세를 알려주고 있다.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사진="김진원·김경록">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