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센터는'유행 1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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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2면

백화점이나 언론기관 등의 문화센터가 시대의 유행을 읽어낼 수 있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주부들이 살림하고 남는 시간을 보내는 곳'정도로 여겨지던 예전 위치를 넘어 일반인의 관심사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교육기관·생활공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 한국 사회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를 보여주는 척도로서의 문화센터를 들여다본다.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인기 강좌=최근 문화센터들의 가장 큰 테마는 '주 5일 근무'와 '유아 교육'이다.

9월부터 시작하는 가을 학기에는 주 5일 근무형 직장인을 위한 주말 강좌가 대폭 늘어났다. 주말을 이용한 1박2일 여행 강좌나 스피치 클래스 같은 자기계발 프로그램 등이 그것이다.

신세계백화점 김자영 주임은 "직장인들이 주말을 효과적으로 보내기 위한 강좌를 원할 것 같아 이를 반영한 것"이라며 "실제로 주말 강좌의 경우 직장인 이용자가 60% 이상"이라고 말했다.

취학 전 아동과 어머니가 함께하는 유아교육 강좌는 2~3년 전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3~48개월까지 개월 수에 따라 반을 세분해 진행하는 '베이비 강좌'의 경우 일부 강좌는 수강자를 모집하기 시작하는 날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서야 수강신청이 가능할 정도다.

중앙문화센터 관계자는 "부부나 가족 단위 수강생들이 많아지는 것이 최근의 추세"라며 "주말에 아이와 함께하는 교육 프로그램의 경우 아빠가 함께 오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문화센터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80년대. 이 때만 해도 꽃꽂이·재봉틀 사용법 등 30~50대 주부들을 위한 교양강좌가 절대 다수였다.백화점 문화센터가 활발해지기 시작한 90년대 중반 이후엔 지금까지도 인기가 식지 않고 있는 '스테디 셀러'강좌인 서예·수채화·노래교실 등이 각광받았다. 현대백화점에서 10년 동안 문화센터 강좌 기획을 해온 서송숙 과장은 "주부에서 직장인·남성 등으로 수강생 층이 확대되기 시작한 것도 이맘때"라고 말했다.

98년부턴 '외환위기형 강좌'가 등장해 '경매·공매를 통한 불황기 탈출법''불황을 극복하는 재테크' 등이 큰 인기를 끌었다.

2000년 이후엔 실버 세대를 겨냥한 강좌들이 출현했으며, 본격적으로 경기가 회복된 지난해 이후론 명품·상류 문화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반영해 테이블 세팅·레스토랑 테이블 매너·명품 강좌 등이 인기 강좌 대열에 합류했다.

중앙문화센터 관계자는 "문화센터 강좌가 자격증 따기 등 실용 영역에서부터 취미 영역까지 날로 다양해지면서 이젠 일반인들의 평생 교육기관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며 "위상도 높아져 예전엔 강사로 모시기 힘들었던 유명 인사들이 이젠 강좌 맡기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문화센터 알뜰 이용법=집 주변 백화점의 문화센터 단골 수강생인 주부 최윤정(36·서울 구로동)씨는 "문화센터의 '알짜배기'는 단기 특강"이라고 말한다. 가을이면 가을 메이크업을 가르쳐주는 등 시즌에 맞는 실속있는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문화센터에서 비정기적으로 여는 무료 특강도 적절히 이용하면 예상외의 소득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중요한 것은 한 우물을 파야 한다는 것. 분위기에 휩쓸려 혹은 친구따라 이 강좌 저 강좌를 찔끔찔끔 듣는 것보다 한두개의 강좌를 꾸준히 들어야 남는 게 있다는 게 문화센터 애용자들의 충고다.

김현경 기자

고급 소비문화가 확산되면서 최근엔 와인강좌·명품강좌 등도 문화센터 강좌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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