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로 연쇄 살인범 잡는다... 미 LAPD 과학수사대를 가다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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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중앙 지난 7일 ‘사신(死神·Grim Reaper)’에 빗대어 ‘그림 슬리퍼(Grim Sleeper)’라는 악명을 얻은 연쇄살인마 로니 데이비드 프랭클린(57)이 미국 LA경찰국(LAPD)에 의해 25년만에 붙잡혔다.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 같던 이 사건은 LAPD 과학수사대(SID·Scientific Investigation Division)의 DNA 수사로 실마리가 풀렸다. 경찰 범죄자 데이터베이스에서 연쇄살인범의 DNA와 가장 흡사한 범죄자의 DNA를 추출, 그 가족을 조사하는 이른바 ‘혈통 유전자 추적’ 기법이다.


SID 연구실은 LA다운타운 라미레즈 스트릿과 켈러 스트릿 인근 빌딩 2층에 자리잡고 있다.

일반인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된다. SID 간부와 사전 인터뷰를 거쳐야 하고 신상정보는 물론 차량정보까지 검증받은 뒤에야 방문이 가능하다.

래리 블랜튼 SID 수퍼바이저는 “정보 유출 가능성 때문에 실제 실험 장면은 공개할 수 없다”면서 “하지만 실제 실험실 시설 견학이나 모의 실험을 통해 SID의 업무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랜튼 수퍼바이저는 실험실로 들어가기 전 마스크와 장갑 착용을 권했다. 오염을 막기 위해서다.

실험실 내부 테이블 위는 각종 첨단 기기들이 빼곡히 올려져 있다.

핵심기계는 전자 증폭기인 리얼 타임 PCR과 제네틱 애널라이저다. 둘다 DNA 수사에 없어서는 안될 고가의 기계다.

브랜턴 수퍼바이저는 “리얼 타임 PCR은 DNA의 함유량을 확인하는 기기”라며 “증거물에 화학물질을 첨가한 뒤 가열과 감열 작업을 반복해 DNA를 만들어 낸다”고 소개했다.

이곳에서는 가장 깨끗한 물이라고 불리는 ‘나노 퓨어 워터'가 사용된다. 증거 보존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다.

실험실 내부에는 창문이 없다. 덕분에 DNA 분석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유지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DNA 수사 의뢰건수는 급증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 성폭행 등을 포함한 성폭행 사건 의뢰가 많다.

SID에 따르면 지난 한해만 1150개의 DNA 수사 요청이 접수됐다. 특히 특히 DNA 검사를 주도하는 범죄연구실에는 지난 2년 동안 요원 20여명이 증원됐다. 내년에도 약 20명을 더 뽑을 예정이다.

SID 래리 블랜튼 수퍼바이저는 “DNA는 각종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로 현재 매달 수백개의 수사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며 “현재 DNA 보관 장소가 모자랄 정도”라고 말했다.

미주 중앙일보 박상우·구혜영 기자 swp@koreadaily.com

[미주중앙 : 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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