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큰 돈 쓰고 목숨 거는 남자 … 여자에게 과시하려는 꼼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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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뇌의 거짓말
마이클 캐플런·앨런 캐플런 지음
이지선 옮김, 이상
387쪽, 1만4800원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요즘에도 집을 팔지 말지를 놓고 망설이는 이들이 적잖다. 하지만 사람들은 집을 산 값보다 1억 원이나 싼 값에 내놓으면 팔릴 것을 알면서도 쉽게 그런 결단을 내리는 사람은 드물다. 손해를 입으면서도 이런 결정에 매달리는 이유는 뭘까. 부동산 실거래가와 상관없이 우리는 애초에 지불한 금액을 그 가치라고 여기는 경향 때문이다.

저자들은 인류가 진실을 쫓아온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인간은 논리적으로는 놀라우리만치 취약하다는 데 주목한다. 인간은 비이성적이고 오류투성이라는 것이다. 경제적 선택이라고 여기며 내리는 결정도 실상은 엉터리가 많고, 눈 앞의 현실을 제멋대로 왜곡하는가 하면, 집단적인 광기에도 쉽게 감염되는 것을 돌아보라고 한다. 어디선가 다 들었던 이야기 같고, 잔소리같은데, 전혀 지루하지 않게 읽힌다. 인지과학·행동경제학·진화생물학 분야를 가뿐하게 넘나들며 매끄럽게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자리(직위)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는데, 책에 따르면 ‘자리가 세로토닌을 만든다.’ 1971년 스탠퍼드대에서 실시된 짐바르도 감옥 실험이 그 예다. 18명의 남성의 지원을 받아 8명은 죄수로, 8명은 교도관으로 배정했는데, 일주일 동안 협박, 폭행, 배반 , 심각한 정신장애가 모두 나타났다. 교도관들은 죄수를 통제하는 역할에 몰입한 나머지 실험이 끝나는 것을 원치 않았을 정도다. 이들에 따르면 “지위는 우리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분비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는 감정으로 나타난다.”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우울증에 걸리기 쉽고,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도덕성이야말로 인간에게 가장 오래된 주제면서 가장 허튼 소리를 많이 늘어놓은 분야라고 지적한다. 대개 도덕성은 실행되기 보다 설교되는 것이고, 늘 실체가 완전히 잡히지 않는 정신적 환영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현대인들의 자비심이 성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들려준다. 특히 남성의 이타주의, 즉 거액의 돈을 쓰거나 목숨을 거는 행위 등은 이성에게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다.

독설 같이 들리겠지만 독자들을 괴롭히는 학대성 내용은 아니니 안심해도 좋다. 인류가 범하기 쉬운 공통의 오류를 잘 인식해야 문제에 잘 대처할 수 있겠다는 얘기를 쌉쌀한 유머에 버무렸을 뿐이다. 휴가에, 출퇴근 길에 가벼운 마음으로 들춰보면 좋을 책이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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