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눈높이 이대로 좋은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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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헌정사상 총리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지난 7월말 장상(張裳)씨에 이어 장대환(張大煥)씨가 두번째다. 청문회 경험이 일천하다 보니 청문회특위 위원들도 무엇을 따져봐야 할지 갈팡질팡했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 입장에서도 어떤 기준으로 찬반의견을 결정해야 할지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두번의 청문회가 우리 사회에 던진 시사점은 적지 않다.

우선 인사청문회 대상 자리에는 당분간 후보자 기근현상이 불가피할 것이다. 장상씨 낙마 이후 총리후보감에 대한 사전 검증을 맡았던 관계기관의 얘기를 들어보면 보다 실감이 난다. 이름을 대면 알만한 사회지도층 인사 3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서너명으로 압축됐다고 한다. 그나마 '큰 문제'가 없을 뿐 '사소한 문제'는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장삼이사 중에야 양심적인 사람들이 없을 리 없지만, 총리 물망에 오른 사람 중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사람을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란 얘기다. 그래서 정치권의 개헌논의와는 별개로 "다음 대통령은 울며 겨자먹기로 책임총리제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우스개 말이 나온다. 총리 후보자를 찾기가 어려운 만큼 가능하면 총리를 바꾸지 않을 것이란 뜻에서다.

청문회는 또 고위 공직을 염두에 두고 있는 공무원이나 학자, 재계와 언론계 인사들에게 스스로 삼가 경계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청문회에 일단 서게 되면 자신과 일가족의 살아온 과정이 낱낱이 발가벗겨지는 것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고위 공직자가 되려는 사람은 남부끄러운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뚜렷한 기준이 정부수립 54년 만에 우리 사회에 서게 된 셈이다. 현재 정치권은 권력 핵심인 국정원장·검찰총장·국세청장·경찰청장 등 이른바 '빅4'를 청문회 대상에 포함하는데 의견접근을 보고 있다. 앞으로 청문회 대상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몸조심을 해야 하는 사람이 늘어나게 되면 사회는 그만큼 맑아질 것이다.

청문회는 그 시절을 살아온 사람들에게 과거를 되돌아보게 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두 張씨는 교육계와 언론계에서 뚜렷한 업적이 있는 지도층 인사다. 묘한 것은 이들에게 제기된 의혹도 흡사하다는 점이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문제점이란 말도 된다. 장남 국적문제(장상)와 자녀 위장전입문제(장대환), 세차례 위장전입(장상)과 증여받은 많은 땅문제(장대환) 등이 그것이다. 요약하면 재산 형성과정의 불투명성과 자식에 대한 강한 애정이 이제 와서 그들에게 문제로 등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두가지 시각이 병존한다. 서구의 수백년을 수십년 만에 쫓아가려다 보니 우리 사회는 물론 구성원들도 함께 문제점을 갖게 됐고, 이를 지금의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다. 한편에서는 법적·도덕적 문제가 드러난 사람이 어떻게 국민에게 법을 준수하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반론도 있다. 이에 대한 판단은 국민의 몫이다.

張서리의 인준여부와는 상관 없이 두번의 청문회를 계기로 청문회에 대한 보편적인 잣대를 마련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잘난 사람'의 허물을 보면서 가학적 기쁨을 느끼거나 작은 실수를 침소봉대하는 것은 이 정도에서 끝내야 한다. 당분간은 도덕성도 '성인(聖人)'수준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그 시대 동년배의 상위 20% 이내' 정도로 눈높이를 약간은 낮춰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공개적인 토론의 과정을 거쳐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을 전제로 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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