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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 외교' 강대국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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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세계 각국이 남아시아 지진해일(쓰나미) 피해 구호를 둘러싸고 치열한 외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일본.중국 등은 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해일 피해 구호를 위한 '아세안 특별 정상회의'를 앞두고 구호금을 증액하는 한편 함정과 병력을 앞다투어 파견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이번 참사를 10억 무슬림을 상대로 이라크전으로 실추된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인도네시아는 인구 1억9000만명의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당초 약속한 지원금을 10배(3억5000만달러)로 증액한 데 이어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를 비롯한 20척의 군함과 수송기, 1만2600명의 병력을 태국.인도네시아.스리랑카 등 인도양 피해 지역으로 급파했다.

이는 베트남전 이래 최대 규모의 미군 군사지원 활동이다.

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도착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이슬람 세계가 미국의 관대함과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와 관련, 부시 대통령이'어려운 나라를 보살피는 강대국(caring superpower)' 이미지를 회복할 기회를 잡았다고 지적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일본의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은 역대 최고액인 6000만달러의 지원금을 내놓기로 했다.

일본은 군함 3척과 C130 수송기 2대, 800여명의 자위대를 파견한다. 자위대 파견 규모는 사상 최대다.

각국 외교전은 구호 지원금 경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원액 세계 1위의 자리는 프랑스(지난해 12월 30일) →영국(30일)→미국(31일)→일본(1일)→독일(5일)→호주(5일)로 바뀌었다.

▶ 해일 피해로 집을 잃은 한 인도 소녀가 4일 나고레에 임시로 설치된 이재민 구호소에서 식사 배급을 기다리고 있다.[인도네시아.인도 AP=연합]

지금까지 세계 40여개국이 약속한 구호자금은 30억달러를 넘어섰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입을 노리고 있는 독일은 5억유로(약 6억8000만달러), 일본은 5억달러를 약속해 호주에 이어 각각 지원액 2, 3위에 올랐다.

한편 자카르타 정상회담에 참석한 이해찬 총리는 " 피해복구를 위한 국제협력과 지진 등에 대한 국제적 예보 체제 마련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구호금(5000만달러) 기준으로 세계 13위다.

자카르타=강갑생기자, 서울=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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