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는 가고 '라이브'오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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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10대 댄스 뮤직 위주로 획일화됐던 국내 대중음악계가 조심스럽게 바뀌고 있다. 월드컵에 이어 터진 PR비 비리사건으로 음반 시장이 한껏 위축된 가운데, 라이브 위주의 언더그라운드 가수들과 인디밴드·힙합 가수 등 이른바 비주류 뮤지션들의 활동은 오히려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다. 대형 기획사들이 주춤한 틈을 타 독립 기획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도 이들을 돕는 요인이다.

SBS 프로그램인 '별난행운 인생대역전'의 주제곡 '파이팅(Fighting)'을 부른 가수 강태웅은 PR비 파동으로 덕을 본 대표적인 예다. 매니저 없이 직접 명함을 들고 돌아다니는 그의 모습이 새삼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노래 '파이팅'도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1집의 타이틀 곡으로 그의 애절한 허스키 보이스가 돋보이는 '이별하지 않은 이별' 역시 최근 발매된 1.5집에 같이 실려 다시 방송을 타고 있다.

'미사리 가수 1호'로 불리는 박강성도 리메이크 앨범 '추억'을 출시하며 전국 투어 콘서트를 연다(02-573-0038). TV에선 거의 얼굴을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콘서트엔 30~40대 열성팬들로 가득했다. 9월 1일 광주 문화예술회관,6~8일 서울 교육문화회관, 10월 19일 부산 KBS홀로 이어지는 이번 공연에서 20년 전 통기타를 치며 카페에서 노래 부르던 자신의 모습을 재현한다.

1990년대 홍대앞과 신촌의 라이브 클럽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던 인디 밴드들도 최근 다시 한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월드컵 이후 중년층에게도 이름이 친숙해진 윤도현밴드와 크라잉넛의 경우 더이상 인디밴드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어색할 정도다. 이들이 참여한 붉은악마의 공식 응원음반 '꿈★은 이루어진다'는 월드컵 때 거리응원에서 '라이브'의 맛을 본 일반인들의 호응에 힘입어 불황 속 음반 시장에서도 지난달 말 출시된 후 꾸준히 팔리고 있다.

실력파 인디밴드들을 중심으로 올해 5회째 열리고 있는 야외 무료 콘서트 'TTL 스무살 콘서트 2002'(555-0453·www.ttlconcert.co.kr)도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둔치 수영장에서 시작된 이래 한달 간의 항해를 잘 끌어가고 있다. 윤도현밴드·크라잉넛·자우림·롤러코스터·피아 등이 참여해 록과 힙합·하드코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뚜렷한 개성을 표현하는 이들의 무대가 젊은 세대의 요구에 잘 들어맞고 있는 것이다. 매회 5천여명의 관객과 출연진이 하나가 돼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31일엔 서울 코엑스 영스퀘어 가든,9월 6일엔 홍익대 대운동장에서 공연이 이어진다.

대학로에 위치한 하이텔 온&오프 시어터(onnoff.hitel.net)에서는 9월 1~7일 '제1회 하이텔 광끼 발산 인디 뮤직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네바다51·디스코트럭·퍼필·해머 등 22개 팀이 참가한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공연장인 광끼충전소는 매주 월·화·수요일 오후 7시에 상설 공연을 마련하는 등 인디 밴드들을 비롯한 젊은 뮤지션들의 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또 힙합퍼들의 축제 '2002 월드 힙합 클랜 페스티벌'이 31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다(www.hiphopclan.net). 지난해 47개팀 1백40여명의 아티스트들이 참가해 첫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데 이어 올해는 미국의 래퍼 EPMD와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프로듀서 디제이 혼다가 방한한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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