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형 환상의 프리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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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경기 내용은 이긴 1차전보다 2차전이 더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측면 공격에 치중했고, 수비의 한두번 실수가 있었으나 아르헨티나가 최강팀답게 찬스를 놓치지 않은 거죠."

한국 청소년축구대표팀(19세 이하) 박성화 감독의 말처럼 25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아르헨티나와의 2차 평가전은 한국이 못했다기보다 세계 최강 아르헨티나의 공격력이 돋보인 경기였다.

한국은 전반 아르헨티나의 에레라에게 두 골을 연속 허용한 뒤 후반 한 골을 만회하는 데 그쳐 1-2로 분패했다.

한국 선수들은 의욕이 넘쳤다.최근 네차례의 세계 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세차례나 우승한 아르헨티나를 이겨봤다는 자신감이었다. 평소 쓰던 4-4-2 대신 4-2-3-1의 변형된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한국은 양 사이드 이종민(수원)·이호진(성균관대)의 활발한 움직임과 가운데 고창현(수원)의 돌파력 덕분에 공격적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전반 6분 김수형(부경대)-여효진(고려대)-고창현으로 이어진 세번의 릴레이 슛으로 무섭게 몰아쳤다.

그러나 과욕은 방심을 부르는 법. 곧바로 아르헨티나는 캉헬레가 한국의 포백 수비를 무너뜨리며 오른쪽을 파고든 뒤 가운데로 크로스했고, 페널티에어리어 중앙에서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선 에레라가 침착하게 골문 오른쪽으로 슛, 선취점을 올렸다. 순간 돌파에 약한 한국 수비의 문제점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선취골을 내준 한국은 공격을 더욱 강화했으나 세계 최강의 공격력은 바늘 틈도 놓치지 않았다.

전반 40분 수비진에서 볼을 놓친 사이 아르헨티나 미드필더 콜라세가 이를 낚아챈 뒤 지체없이 전방으로 찔러줬다. 스트라이커 에레라는 뒤쪽에서 오는 볼을 오른발 논스톱 슛, 골네트를 갈랐다.

전반 막판 보복 행위로 아르헨티나 바르보사가 퇴장당해 한국은 후반에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더욱 거세게 몰아쳤다. 한국은 후반 3분 오른쪽 허벅지 부상으로 선발에서 빠졌던 최성국(고려대)까지 투입시키며 총력전을 펼쳤으나 후반 종료 4분 전 페널티에어리어 바깥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김수형이 오른발로 그림같이 감아차 한 골을 만회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월드컵 3~4위전 터키와의 경기에서 이을용이 터뜨린 프리킥골을 왼쪽으로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한편 이날 서울 월드컵경기장에는 4만명이 넘는 관중이 몰려들어 국내 청소년 축구경기 사상 최다 관중 기록을 세웠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예매를 통해 2만여장의 입장권이 팔려나가 상당한 관중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모두 4만5천5백83명이 경기장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금까지 국내 청소년팀 경기를 3만명 이상이 관전한 적이 없어 이날이 최다 관중 기록이다. 지난 22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1차전에는 1만5천2백명이 입장했다.

최민우 기자

아르헨티나 2-1 한 국

(득) 에레라(전7·(助) 캉헬레, 전40·(助)콜라세·이상 아르헨티나), (득)김수형(후41·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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