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물난리 피한 노원마을 수해의연금 모아 전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물난리가 무서운 건 겪어본 우리들이 가장 잘 알지요."

서울의 상습 침수지역 중 하나였던 노원구 상계1동 '노원마을' 주민들이 수재민 돕기에 발벗고 나섰다.이 마을 주민 3백여명은 지난 20일부터 한사람당 1천원부터 3만원까지 십시일반으로 모은 수재의연금 2백36만3천원을 23일 노원구청에 전달했다. 이곳에서 48년째 살고 있는 13통 통장 김화철(65·아파트 경비원)씨는 "언론을 통해 올해 수재의연금이 예년보다 적게 걷힌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라도 작은 힘을 보태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노원마을은 1965년 청계천 등에서 이주해온 철거민들이 모인 곳으로 현재 8백여가구의 주민들이 3~5평 규모의 무허가 판잣집에서 날품팔이 등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이곳은 중랑천변 저지대 지역에 위치해 해마다 물난리를 겪어왔지만 올해는 인근에 빗물펌프장을 새로 가설하는 등 철저한 수방대책 덕분에 물난리를 피할 수 있었다.

동네 수퍼를 운영하는 정원식(51)씨는 "98년 여름 방안에 물이 가득 차 30년된 가재 도구들이 하루 아침에 하나도 쓸모가 없어졌을 때는 살 길이 막막했었다"며 "뒤늦게 주는 도움보다 수해 직후 복구작업을 시작할 때 도움이 가장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서둘러 성금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