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엄마표 영어 학습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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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지은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주말은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여유시간이 많아 엄마표 영어몰입시간을 갖기에 적절하다. 정서윤양이 엄마 김민경씨와 함께 영어동화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록 기자]

영어유치원 놀이하며 몰입교육시간 가져

김민경(35·서울 서초구)씨는 직장에 다니느라 평일엔 딸 정서윤(5)양과 함께 영어공부할 시간을 내기 어렵다. 아이가 잠들기 전 30분 동안 영어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이 고작이다. 엄마표 영어공부도 생후 40개월이 넘어서야 시작했다. 그런데도 정양은 또래 아이들보다 영어 실력이 뛰어나다. 그림책 속 영어문장을 술술 읽어내려갈 뿐 아니라 발음도 수준급이다. 지난 5월엔 구청에서 주최하는 어린이 영어말하기 대회에 참가해 우수상을 타기도 했다.

정양은 주말 이틀 동안 엄마와 함께 소위 ‘영어몰입시간’을 갖는다. 아무리 바빠도 주말만은 온전히 정양에게 시간을 할애하는 엄마와 함께 주말 내내 영어유치원 놀이에 흠뻑 빠진다. 영어로 말하며 종이로 장난감을 만들고 워크북을 풀다 보면 두세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영어책을 큰 소리로 따라 읽거나 영어 DVD를 보면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김씨는 “서윤이의 머릿속에 ‘엄마랑 놀기=영어공부’라는 등식이 자리잡았다”며 “금요일 저녁에 퇴근하면 빨리 영어유치원 놀이를 하자고 조를 정도로 영어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최근엔 정양이 직접 선생님이 돼 엄마에게 영어로 문제를 내고 답을 설명해주는 놀이에 재미를 붙였다.

김씨는 정양의 영어학습에 컴퓨터를 적극 활용한다. 정양이 컴퓨터를 활용한 학습에 흥미를 보이기 때문이다. 집중도도 높다. 정양 수준에 맞는 영어단어를 활용한 컴퓨터 게임도 하고 영어로 부른 노래를 동영상으로 담아 컴퓨터에서 재생해 보여주기도 한다. 하이브리드 도서(hybrid book,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두 개 이상의 다른 요소를 합친 책)도 유용한 도구다. 책의 내용과 함께 다양한 부록이 컴퓨터 CD에 담겨 있어 정양이 영어를 재미있게 느끼는데 도움이 됐다.

대기업에 다니는 김씨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정양과 영어로 대화할 때는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엄마의 서툰 영어 발음이 아이의 발음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김씨는 “가끔 나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몰라 말도 안 되는 콩글리쉬를 사용해 대화한 적이 있다”며 “하나씩 따지다 보면 입을 닫아야 한다는 생각에 일부러라도 더 많이 말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수시로 간단한 질문을 영어로 정양에게 건넸다. 정양은 영어로 답하려다가 적당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으면 한국말로 답하곤 했지만, 김씨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질문의 뜻을 아이가 이해했다는 데 중점을 뒀다.

김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가 영어로 답변하는 일이 많아졌다”며 “어느날 제 ‘T[t]’ 발음과 ‘th[θ]’ 발음이 틀렸다고 지적하며 정확히 발음하기도 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영어는 언어이기 때문에 자주 노출하고 많이 사용할수록 실력이 느는 것 같다”며 “아이가 원하는 대로 영어를 편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해외 학습 무료 인터넷 사이트 적극 활용

안소연(서울 신우초 3)양이 엄마표 영어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남다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자신이 직접 영어를 배우고 싶다고 엄마에게 요청한 것이다. 어머니 정명하(38·서울 관악구)씨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영어유치원을 다닌 또래 친구들의 대화를 듣고 아이가 자극을 받았다”며 “자기를 빼놓고 아이들이 영어로 대화하니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해 경쟁심리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스로 영어학습의 필요성을 느낀 안양은 영어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늘어났다. 엄마가 가르쳐주는 영어도 계획에 따라 잘 소화했다.

정씨는 처음 엄마표 영어학습을 시작할 때 아이의 흥미를 유지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인터넷을 적극 활용했다. 아이의 영어학습에 유용한 양질의 콘텐트를 제공하는 해외 학습사이트도 꼼꼼하게 알아봤다. 그는 킹버드출판사 웹사이트(www.kingbirdpub.com)를 추천했다. 이 곳은 영어동화책을 수준별로 무료로 읽을 수 있도록 제공한다. 캐나다 원어민이 추천해준 런잉글리쉬키드 웹사이트(learnenglishkids.britishcouncil.org)에서는 영국풍의 컨츄리송 멜로디를 따라부르며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었다.

원서를 활용할 때는 듣기와 말하기, 읽기·쓰기 능력을 고루 발달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 다양한 스토리북을 CD를 활용해 듣고, 직접 읽으며 따라 하는 전통적 방법부터 간단한 문장을 영작해 직접 말해보는 연습까지 매일 한 시간씩 꾸준히 진행했다. 정씨는 “아이가 스스로 만든 문장을 말하는 연습을 하면서 글쓰기와 말하기의 기초가 함께 다져졌다”며 “사소한 문법에 신경쓰기보다 영작 전체의 흐름을 보는 능력도 함께 키워졌다”고 말했다. 이렇게 약 3년간 꾸준히 학습한 결과, 안양은 영어그림책을 읽고 난 뒤 장문의 영어독후감도 그럴듯하게 써내려갈 정도의 실력을 자랑하게 됐다.

안양은 최근엔 입시영어 쪽에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토셀 시험을 목표로 기출 문제집을 풀고 있다. 어휘공부를 위해 꾸준히 상급 수준의 단어도 외우는 중이다. 정씨는 “국내에서 학업을 지속할 계획이라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입시영어도 무시할 수 없다”며 “영어조기유학을 가지 않아도 유창한 영어실력을 가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구체적인 계획을 짜 아이를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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