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實勢들 신당 주도권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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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 내 신당 논의가 오리무중이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이면엔 신당의 주도권을 노리는 중진들의 신경전도 한몫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진승현씨에게서 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수감 중이던 권노갑(權魯甲)전 고문이 22일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났다. 동교동계와 거리를 둬왔던 '마당발' 김상현(金相賢)의원도 본격 활동에 나섰다.

대표를 지낸 한광옥(韓光玉) 최고위원이 세규합에 나섰고 이같은 움직임에 자극받은 한화갑(韓和甲)대표는 장악력 강화에 열심이다. 중진들의 힘겨루기 결과에 따라 향후 신당의 방향과 성격이 판가름날 전망이다.

◇권노갑, 역할할까=權전고문이 풀려나자 당 내에선 "權전고문이 신당창당 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동교동계 구파의 수장인 權전고문은 DJ(김대중 대통령)와 함께 민주당을 이끌어왔다.

權전고문과 가까운 김옥두(金玉斗)의원은 "(權전고문이)평생 정치를 해온 분으로 정치에 대한 관심을 끊기는 어렵겠지만 영향을 미칠 정치적 발언이나 언행은 삼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구속집행정지 후 동교동 구파의 움직임은 크게 활발해지고 있다.

◇다시 뛰는 한광옥=한광옥 최고위원이 25일 사조직인 미래산악회의 첫 산행을 한다. 최명헌·김옥두·박양수 의원 등 의원 15명과 옛 당료출신의 부위원장 7백여명이 참가한다. 대규모다. 韓위원은 당내에서 중도파로 꼽힌다. 친노-반노 갈등이 첨예화됐을 때 그는 "盧후보 흔들기로 비쳐질 수 있다"며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한 측근은 "그동안 한화갑 대표 흔들기로 보일까 韓위원이 언동을 조심해왔다"며 "하지만 신당이 盧후보로의 리모델링으로 끝날 경우 정권재창출은 어렵고 당이 쪼개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도권 강화하는 한화갑=정몽준 영입 불발, 이해찬 발언 파문 이후 당의 동요를 막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그는 22일 "(鄭의원이)없으면 없는대로 가면 된다"고 했다. 한 측근은 "韓대표는 백의종군을 결심했다. 신당의 성공에 정치운명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당 기강잡기에도 부심하고 있다. 오전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면서 불참한 정균환(鄭均桓)총무를 질책했다.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원내 사령탑이 이렇게 해서야 어떻게 의원들에게 협력을 하라고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盧후보 지원에 나선 김상현=정몽준 의원과 그 주변을 부지런히 만나고 있다. 노무현 후보와 鄭의원의 결합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다. 그는 광주북갑 보궐선거 공천 때 盧후보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권과 맞물려서도 盧후보 쪽과 정치적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일단 鄭의원의 민주당 신당 참여를 위해 노력한 뒤 안될 경우 盧후보 중심으로 신장개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金의원은 기자들에게 "신당논의를 장기화하지 말아야 하고, 신당이 안될 때의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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