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정치검찰 수사 무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민주당 이해찬(李海瓚)의원 발언의 진원지로 알려진 서울지검 특수1부 박영관(朴榮琯)부장검사가 22일 검찰 인사에서 유임되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낮 서울지검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다 유임 소식을 들었다. 즉각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이 "지금부터 정치검찰 수사는 모두 무효"라고 외쳤다.

또 "청와대가 朴부장검사와 목포고 동문인 김학재(金鶴在)대검차장을 통해 유임 압력을 넣은 게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朴검사의 유임을 정권 차원에서 이회창(李會昌)대통령후보에게 선전포고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서청원(徐淸源)대표는 "김정길(金正吉)법무부 장관을 재기용한 이유가 병역 공작을 위해서라는 게 朴검사의 유임으로 드러났다"며 "병역에 이어 제2 공작으로 무엇을 꾸밀지, 오늘 뿌리뽑지 않으면 대선 때까지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준표(洪準杓)제1정조위원장은 "앞으로 빌라 문제를 공격하려고 국세청에서 작업 중이라고 한다"며 "후보의 인격을 믿고 결속해 돌파하자"고 말했다.

南대변인은 "이날 검찰인사에서 김홍업씨를 수사한 검사들이 보복인사를 당했고 특정지역 출신들이 선거관련 요직을 독식했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김정길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 "검찰을 바로잡겠다"는 태세다.

반면 민주당은 "당연한 결정"이라며 만족해했다. 이낙연(李洛淵)대변인은 "국민 관심 사건을 수사하는 중엔 수사팀을 바꾸지 않는 것이 검찰 인사의 원칙과 관행"이라며 "한나라당의 압력과 협박이 강화될 것이지만 검찰은 당당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 인사가 발표되기 전 한나라당은 "朴검사를 교체하라", 민주당은 "교체하면 탄핵하겠다"고 검찰에 압력을 넣었다.

한나라당 김영일(金榮馹)사무총장은 "朴검사는 검사로서 직분과 사명을 버리고 이 정권의 주구(走狗) 노릇을 하는 데 자신을 내던졌다"는 원색적인 비판과 함께 교체를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검찰은 정치권의 음해나 실수가 있더라도 흔들리면 안된다"(咸承熙 의원), "한나라당의 교체 요구를 받아들이면 정치권의 협박이 통하는 사례를 보여주는 것"(朴柱宣 제1정조위원장)이라고 주장했다.

고정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