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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스 워드, 어머니에게 선물한 애틀랜타 3000평 저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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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어머니를 위해 철저히 한국식으로 꾸민 공간, 집 선물로 평생의 소원 이뤘어요”

지난 2006년 슈퍼볼 대회에서 최우수선수의 영예를 안으며 영웅으로 떠오른 미식축구 선수 하인스 워드. 이후 워드 열풍이 미국 전역을 휩쓸었는데, 특히 한국인 어머니에 대한 그의 극진한 마음까지 알려지며 감동을 더했다. 어머니의 희생을 늘 가슴에 담고 살았던 효심 가득한 아들이 최근 1만여㎡(3000평) 대저택을 어머니에게 선물했다.

prologue_2년 뒤 지켜진 약속

2010년 4월 말 갑작스런 국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꽤 상기된 목소리의 상대방은 하인스 워드의 매니저인 데이비드. 한국인 1.5세대로 더듬더듬 한국어 소통이 가능한 그가 대뜸 “오랜만입니다. 데이비드예요. 기억나세요? 프로젝트가 완성됐어요. 이제 공개할게요. 하인스 워드가 원해요”라고 말했다. 도대체 그 프로젝트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하기도 전에 그는 흥분한 목소리로 “하인스 워드가 어머니를 위해 지은 집이 완성됐거든요. 2년 전에 한 약속을 지키고 싶다고요”라고 전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그와 어렵게 만난 취재진에게 “2년 뒤 만나요. 좋은 프로젝트를 꼭 공개할게요”라며 막연(?)한 약속을 했던 하인스 워드. 슈퍼볼 영웅인 그가 진짜 약속을 지킨 것이다.

하인스 워드의 저택은 조지아 주 북 디칼프 애틀랜타 시내에 위치한 던우디에 있다. 던우디 지역은 백인 상류층이나 의사, 변호사 등이 선호하는 전형적인 부촌이며 주택의 가격대는 5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대까지 다양한데 하인스 워드의 저택은 현재 부동산 시세를 종합해 볼 때 약 84억원 상당이다.

3년여에 걸친 프로젝트가 완성돼 드디어 저택에서 함께 살게 된 워드 가족의 행복한 모습.


open house 1_어머니를 위한 3년간의 프로젝트

지중해식 아치형 모양이 인상적인 천장과 만화 ‘알라딘의 요술램프’ 속에서나 봄직한 궁전을 연상케 하는 하인스 워드의 저택. 입구에 들어서자 워낙 대저택이라 채 마감하지 못한 일부 공사를 마무리하느라 분주한 인부들이 보였으며, 그 옆의 베란다에서는 하인스 워드가 한국에서나 볼 수 있는 빗자루(무릎을 꿇어야 높이가 맞는 손잡이가 달린)와 쓰레받기를 들고 바닥을 쓸고 있었다.

“2006년 슈퍼볼 최우수선수로 뽑히고 난 직후일 거예요. 발품 팔아가며 직접 땅을 보러 다녔죠. 그리고 정확히 2.5에이커(1만98㎡)의 마음에 드는 땅을 발견하고, 그 위에 3300㎡대의 집을 짓게 된 거죠. 당연히 저와 어머니가 살 집인데 직접 디자인해야죠. 드디어 어머니께 해드리고 싶은 선물을 해드린 거예요. 전 소원을 이룬 거라니까요(웃음).”

그는 건물 디자인은 물론 집 안에 들어갈 소품이며 인테리어 하나하나까지 직접 챙겼으며, 집이 완성되기까지 총 50명이나 되는 인부와 함께 정성을 쏟았다. 그렇게 3년여에 걸친 피와 땀의 결실로 완성된 집이라 그런지 어느 곳 하나도 애착 가지 않는 곳이 없다.

하인스 워드의 집은 총 두 채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워드와 올해 6살인 아들 제이든 등 가족이 머무는 전체 3층짜리 집은 침실 6개, 화장실 7개, 부엌 2개, 드레스 룸이 있으며 사우나실, 마사지방, 영화방, 포커 게임방, Bar, 개인 전용 헬스클럽 등 여가 시설까지 따로 비치되어 있다. 또한 취재진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었다는 ‘하인스 워드의 기록실’은 집에 오는 많은 팬들과 친구들이 풋볼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2006년 슈퍼볼 최우수선수 트로피, 반지, 운동화, 유니폼 등을 전시해 놓았다.

주차장에는 자동차 마니아인 하인스 워드의 전용 차량 네 대가 있다.

또한 집 마당 오른쪽에 마련된 주차장에는 평소 자동차 마니아인 워드의 메르세데스 SL550, 애스톤 마튼 DBS V12, 벤틀리 컨버터블, 쉐비 타호 SUV 등 워드를 위한 전용 차량 4대가 있는데, 특히 애스톤 마튼 DBS V12는 제임스 본드가 영화에서 타던 차로 그가 제일 아끼는 차란다.

하인스 워드의 집과 2층 통로로 연결된 아파트 별채는 지금까지 고등학교에서 점심시간에 급식 배식 담당 일을 하고 있는 어머니 김영희씨를 위한 곳이다. 어머니는 현재 직장과의 거리가 가까운 시내 이글스 랜딩 근처에 따로 살고 있기 때문에 현재는 비어 있는 상태지만 곧 입주를 앞두고 있다.

“어머니의 집은 침실 2개, 화장실 2개, 부엌 1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평소 화려한 것을 싫어하는 어머니의 주문을 반영한 거예요. 최대한 간소하고 한국식으로 꾸미라는 하셨거든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자랑스러운 어머니의 집을 누구보다도 더 화려하고 멋지게 꾸며드리고 싶었던 아들 워드는 어머니의 고집을 꺾지 못해 소원 풀이를 못했다며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옆에서 아들의 말을 듣던 어머니 김영희씨는 “워드야, 엄마는 이 집도 너무 크다고 생각해. 돈을 아껴서 저금해야지”라며 단호하게 말한다.

open house 2_공간부터 인테리어까지 한국식 공간

하인스 워드의 집 안으로 들어가는 첫 신고식으로 취재진은 신발을 벗어야 했다. 보통의 서양식 주거 문화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지만 하인스 워드의 집은 철저히 한국식이었다. “하인스 워드는 늘 어머니에게 배운 대로 한국식으로 한다”는 게 매니저의 설명. 천장부터 거실 한가운데 쭉 뻗어 있는 벽난로를 구경하는 사이, 곳곳에 걸려 있는 수많은 TV들이 눈에 들어왔다.

각방과 통로에까지 곳곳에 비치된 TV는 무려 30대.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모두 한국 브랜드 제품이다. “혹시 이 브랜드에서 TV를 협찬 받았나요?”라는 취재진의 물음에 하인스 워드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아니요, 제가 알아본 바로는 전자제품은 역시 한국산이 최고더라고요. 필요한 제품을 사야 할 때는 이왕이면 한국 제품으로 사요. 한국 기업들이 잘되면 좋잖아요”라고 했다.

이어 소개한 곳은 화장실과 사우나 시설이 비치된 하인스 워드의 휴식 공간. 이 공간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커다란 액자가 눈에 띄었는데, 한문인 편안할 ‘安’ 자가 들어 있었다. 워드에게 뜻이 뭔지 아느냐고 묻자 그는 “편안함이죠. 이를테면 마음의 안식을 찾자는 뜻입니다”라며 의미까지 정확하게 설명했다. 또한 한쪽 벽면을 차지한 장식장에는 한국에 가끔씩 방문할 때 구입했거나 선물로 받았음직한 돌하르방을 비롯한 한국 소품들이 빼곡히 쌓여 있었다.

1층 거실을 지나 통로를 끼고 돌면 2개의 부엌이 있다. 운동선수인 하인스 워드의 식성을 고려해 전용 요리사가 상주한다는 부엌은 마블링이 된 대리석으로 마감재를 썼으며 전체적으로는 모던한 유럽 스타일.

하인스 워드의 전용 요리사가 상주하는 부엌은 그가 가장 아끼는 공간 중 하나.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워드는 이곳에서 어머니와 번갈아 요리를 하기도 한다.

“부엌은 내가 가장 아끼는 곳이에요. 물론 나의 전용 요리사가 있어서 언제나 내가 원하는 음식을 주문해서 먹을 수 있기도 하지만 어머니와 제가 번갈아가면서 요리를 하기도 하는 곳이죠. 나는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데요. 갈비찜, 수제비,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건 떡볶이예요.”

매운 음식에는 익숙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하인스 워드는 냉장고에 한국산 고추장까지 있다며 자랑했다.

무엇보다 하인스 워드가 이 저택을 지으면서 가장 신경 쓴 곳이 있다면 다름 아닌 어머니를 위한 공간이다.

“처음 디자인을 하고 현실에 옮기기까지 꼬박 3년이 걸렸네요. 어머니는 분명히 당신 인생 전부를 저를 위해 사신 분이죠. 그런 어머니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어머니는 혼혈아인 나를 안고 모국을 떠나 아무도 모르는 땅에서 절대 포기하지 않고 하루에 일을 세 개씩 하면서 사신 분이에요. 그런 어머니를 위해 저는 못할 것이 없어요.”

워드는 어머니 이야기만 하면 두 눈을 반짝였다.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혹시 마마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괜찮으냐”라는 질문에 바로 “맞아요. 난 마마보이예요. 그게 사실인걸요. 이 세상에 의지할 사람은 어머니와 나 단둘뿐인데, 마마보이라고 불리면 어때요”라고 대답하던 그. 우문현답이 따로 없었다.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은 집 1층에서 2, 3층으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에서도 드러났다. 무슨 아파트 단지도 아니고 집 안 위아래 층을 오가기 위해 엘리베이터까지 필요할까 싶었지만 이유를 듣고 보니 속 깊은 그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지금도 어머니는 관절이 안 좋으세요. 게다가 나중에 어머니가 더 나이드셔서 다리가 더욱 아파지거나 계단을 못 이용하실 때를 대비해서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거예요. 난 운동선수인데, 설마 내가 필요해서 만들었겠어요? 물론 나도 나이가 들어 다리가 아프면 이용하겠지만(웃음).”

어머니가 한국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도록 한국식 사우나 공간을 마련했다.

한 사람 정도 이용할 수 있게 만든 한국식 사우나 시설도 어머니가 마치 한국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 수 있도록 배려한 공간. 또한 아들 제이든의 방과 어머니의 별채를 연결하는 통로를 낸 것도 할머니가 손자를 보러 가기 편하도록 배려한 아이디어다.
아들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던 어머니를 꼭 닮아 하인스 워드 역시 6살 난 아들 제이든을 생각하는 마음이 남다르다.

어머니가 그랬듯 자신 역시 아들을 위해 열심히 살 거라며 굳은 다짐을 해 보이던 그. 제이든의 방은 자동차라면 사족을 못 쓰는 아들의 취향을 고려해 카펫, 침대, 침구류, 심지어 화장실에 걸린 수건까지 온통 자동차 만화 캐릭터로 꾸며놓았다. 그는 “방에 들어와 아들이 좋아하는 표정을 보면 너무 좋다”며 흐뭇해했다. 아마도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자신을 생각하며 아들만큼은 부족함 없이 키우고 싶은 아빠의 마음이 묻어 있는 것 같아 애틋하기까지 했다.

epilogue_못다 한 이야기, 母子의 1박 2일 제주도 여행

하인스 워드와 어머니가 미국 땅에 정착한 지도 어언 30년. 이제 어머니는 더 이상 바라는 게 없다고 했다. 만약 하나를 굳이 대라고 한다면 제주도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것. “제주도를 한 번도 못 가봤거든요.” 중얼거리듯 말한 어머니의 얘기가 마음에 남았던 취재진은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아주 특별한 이벤트를 꾸미기로 했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워드와 어머니의 제주 방문을 제안한 것. 며칠 후 공항에서 만난 어머니는 “나, 제주도에 왔어요. 한숨도 못 잤다니까”라며 마치 어린이날 놀이공원에 가는 아이처럼 마냥 들떠 있었다.

제주도에서는 귀한 손님의 방문에 제주도 전체가 들썩거릴 정도로 환영 인파가 대단했다. 공항 입구부터 피켓을 들고 나온 시민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하인스 워드 모자의 제주 입성을 환영해 주었다.

제주도에서는 귀한 손님의 방문에 제주도 전체가 들썩거릴 정도로 환영 인파가 대단했다. 공항 입구부터 피켓을 들고 나온 시민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하인스 워드 모자의 제주 입성을 환영해 주었다.

“내가 꼭 큰일을 해낸 것 같아요. 어머니는 제주도에서 회를 먹으려고 고추냉이까지 가방에 싸서 오셨다니까요(웃음).”

어머니가 내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워드도 신이 난 표정이다. 여장을 풀 숙소로 가기 위해 해변을 지나는 도중 어머니가 차를 멈춰 세웠다. 바다 근처에 잠수복을 입은 해녀들을 본 것. 직접 채취한 즉석 회가 먹고 싶다며 어머니는 챙겨 온 고추냉이를 들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횟집으로 향했다.

“어머니가 저렇게 좋아하실 줄은 정말 몰랐어요. 왜 나에게 제주도에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안 했을까요.”
아들은 어머니에게 미안한 마음이 큰 듯했다.
“난 아들에게 부담 주기 싫어요.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살 순 없잖아요. 그래도 이렇게 기회가 왔잖아요. 괜찮아요(웃음).”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일정 때문에 1박 2일이라는 짧은 시간밖에 허락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가슴에 한 가득 행복한 추억을 선물받고 기뻐했다.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날 저녁 ‘여유만만’ 책임 프로듀서인 한경천 PD, 촬영에 동행한 김백수 PD와 함께 워드 일행을 만났다. 제주도에서의 짧은 일정으로 인해 그렇게도 원했던 회를 제대로 먹어보지 못한 어머니를 위해 마련된 자리. 회를 전혀 입에 대지도 못하는 하인스 워드는 “내가 먹어보도록 노력할게요. 어머니를 위한 여행이니까 어머니에게 맞춰주세요”라며 마지막까지 취재진을 감동시켰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던 한경천 PD는 “어머니를 배려하는 효심에 정말 감동했다. 당신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하인스 워드는 절반의 한국인으로서 한국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또 하나의 약속을 남기고 작별 인사를 고했다.

기획·취재_박진영 기자, 박지은(KBS ‘여유만만’ 작가)
사진_하인스 워드, KBS 제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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